15% 관세 시간 벌기… 무역·관세법 총동원 ‘정면 돌파’ 선언 (종합)
트럼프, 관세 전쟁 ‘플랜B’ 가동
관세 유효 150일간 새 근거 모색
관세율 상한 없는 ‘슈퍼 301조’
품목 관세 가능 무역확장법 232조
대공황기 관세법 338조 등 거론
대체 정책도 미국 내 소송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미국 대법원에 의해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플랜B’를 가동해 주요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를 멈추지 않을 뜻을 보이고 있다.
당장 150일간 유효한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 기간 안에 무역법·관세법 등을 총동원해 관세를 복구할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 등을 통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 대법원의 판결에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더 큰 관세율을 매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15% 일률 관세를 꺼내 들었고 “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24일 0시 1분(현지 시간)부터 해당 관세가 발효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어 하루 뒤에는 관세를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동원한 새 카드는 무역법 122조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크고 심각한’ 무역적자를 최대 15% 관세를 통해 150일간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150일이 지난 후에는 의회 승인이 있어야 연장된다. 현재 의회 내 공화당 의원 일부도 관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어 연장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50일의 시간을 벌었다. 이 기간에 다른 법들을 동원해 관세 부과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여기서 거론되는 법이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다. 301조는 ‘슈퍼 301조’라고도 불린다. 외국의 불공정·차별적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관세율 상한이 없고, 4년 일몰 규정이 있지만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구적인 대체 관세로 쓸 수 있다.
그러나 ‘보복적’ 성격이 강해 대상국의 불공정 관행을 입증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과거 단일 국가에 적용한 사례에서는 실제 공표에 이르기까지 1년이 걸렸다.
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 시간)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서는 이미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리어 대표는 지난 20일 “이 같은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안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하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산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232조를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도 부과를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충분히 이 법을 활용해 주요 품목에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있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제정된 관세법 338조도 언급되고 있다. 338조는 미국 기업을 차별한 국가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은 조사 의무도 없고 기한 제한도 없다. 미국 협상가들이 전통적으로 무역법 301조 제재를 선호해 왔기에 실제 발동 사례는 없지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작년에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력화할 경우 이 조항을 대안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런 대체 정책은 또다시 자국 내에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무역법 122조는 현재의 무역적자가 법이 정하는 ‘크고 심각한’ 수준에 해당하는지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간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관세를 매겨도 관세율을 크게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50일, 즉 5개월 뒤는 중간선거가 임박한 시기로 지지율을 고려할 때 주요 교역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 한국 대만 일본 등은 대미 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입장인데, 대미 투자를 대가로 자동차 및 부품 관세가 인하된 것이기 때문에 품목 관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