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래바람!” 김해로 돌아온 천하장사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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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급 강자’ 이슬기, 지도자 변신
올 초 모교 장유고 회귀 후학 양성
“지역사회 연계해 씨름 가치 복원”

천하장사 이슬기 감독이 올 초 모교인 장유고로 돌아와 씨름부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은 이 감독과 장유고 씨름부 학생들. 장유고 제공 천하장사 이슬기 감독이 올 초 모교인 장유고로 돌아와 씨름부 지휘봉을 잡았다. 사진은 이 감독과 장유고 씨름부 학생들. 장유고 제공

모래판의 정점에 섰던 ‘천하장사’ 이슬기 감독이 씨름 인생의 초석을 다진 경남 김해에서 후학 양성을 통한 씨름 재건에 나선다.

선수 시절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 학문적 이론까지 더한 이 감독의 부임으로 김해에서 다시 씨름 모래바람이 불 거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20일 김해 지역 씨름계에 따르면 백두급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이 감독이 올해 초 모교인 장유고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이 감독은 동계 훈련을 계기 삼아 선수단의 기초 체력과 기술을 재정비하는 중이다. 다른 지역과의 합동 훈련을 통해 선수들에게 폭넓은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기 입상 실적보다는 선수 개인 성장과 팀의 균형 잡힌 전력 구축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모교로 돌아와 설렌다는 이 감독은 “단순히 고교 팀의 성적을 내는 것을 넘어 김해 씨름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2011년 설날 장사 씨름대회에서 처음 백두장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 후 탁월한 기량을 뽐내며 천하장사 2회, 백두장사 4회, 전국체육대회 5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냈다.

고교생 때는 이미 8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또래 씨름선수 중 최강자로 이름을 날린 것이다.

은퇴 후 단국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감독은 스포츠 지도와 훈련 이론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동아대 씨름부 코치와 광주공고 감독을 거치며 현장 지도 감각을 익혔다.

이 감독이 모교에서 그리는 청사진은 단순히 우승 트로피에 머물지 않는다. 씨름이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밀착형 부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역 유망주 발굴을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 협력해 씨름을 김해 대표 스포츠 자산으로 키우는 방안을 고민 중인 이 감독이다.

지역 기반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강조한 그는 “고등학교 팀 하나만 잘해서는 씨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신어초, 신어중, 장유고, 인제대로 이어지는 계열화된 시스템을 통해 외부 수급이 아닌 지역 내 인재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남 김해시 장유고와 대구 영신고 씨름부 학생들을 상대로 들배지기 기술을 지도하는 이 감독. 장유고 제공 경남 김해시 장유고와 대구 영신고 씨름부 학생들을 상대로 들배지기 기술을 지도하는 이 감독. 장유고 제공

씨름이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경기를 넘어 MZ세대와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K-스포츠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감독이 말하는 씨름 부흥 프로젝트에는 △대학부와 고등부, 초·중등부를 연계하는 멘토 멘티 시스템 △‘감’이 아니라 스포츠 과학이 접목된 훈련 △선수 생활 종료 후 새로운 역할을 찾아주는 커리어 설계 등이 포함된다.

지도자로서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은 의외로 소박하다. 이 감독은 “아이들이 훗날 장유고 시절을 떠올렸을 때 운동은 힘들었지만, 학창 시절은 행복했다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사람을 키우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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