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균형발전' 공약, '무상급식'만큼 히트하길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서울 곳곳 재개발 주거 밀도 상승
출퇴근 시간 지하철·도로 북새통
수도권 거주 청년 해마다 증가세
이동 원인은 '직업'이 압도적 1위
비수도권 인구 위기 '국가적 재앙'
지방선거서 해법 모색 이어지길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동네는 요즘 꽤 시끌시끌한 상태다. 재개발·재건축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 동네에서 재건축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시작된 사업장은 10여 곳에 이른다. 이미 6개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곳곳에 높은 가설울타리가 처져있고, 수많은 덤프트럭이 시도 때도 없이 출입구를 드나든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약 1만 3000가구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이 동네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교통지옥이 되겠다”고 우려한다. 도로 등 기반 시설은 그대로인데 주거지의 밀도만 높아지는 이유에서다. 사정은 대로 건너 옆 동네도 다르지 않다. 5층짜리 주공아파트가 밀린 자리에는 30층 넘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다. 한강 변을 따라 세워진 아파트들의 행렬을 보면, 서울의 풍경이 언젠가 홍콩처럼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 따라 부쩍 서울이라는 도시의 밀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열차를 두세 번은 보낸 뒤에야 겨우 몸을 끼워 넣을 수 있고,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빠져나가는 길목은 족히 수백 미터는 줄을 서야 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명동·홍대 등의 번화가들은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붐비고 있다.
사실 서울 인구 자체는 줄고 있다. 서울은 1988년 등록 인구가 1029만 명을 넘어 ‘천만 도시’가 되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하면서 2020년 말 1000만 명 선이 무너졌다. 현재는 930만 명 수준이다. 다만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서울 외곽에 자리 잡으며 배후 도시들이 급성장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2005년 30만 명 정도였던 인구가 2023년 100만 명을 넘어섰고, 하남·시흥·남양주시 등도 10년 새 1.5배~2배가량 인구가 증가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많은 직장인이 서울로 출퇴근하다 보니 당연히 도시 밀도는 높아진다. 인구 감소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수도권만큼은 예외인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지역고용학회가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한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2025년 겨울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지역(시도) 간 인구이동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역을 이동할 사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은 예외였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시도 간 이동률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건 지역을 옮겨가며 사는 청년들이 늘었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들이 향한 곳은 두말할 것 없이 수도권이었다. 물론 서울특별시·경기도·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지역 안에서 이동이 가장 활발했지만,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향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비수도권에 거주하던 19~34세 청년의 수도권 전입은 충청남도가 1만 6178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광역시(1만 5240명), 경상남도(1만 4624명), 강원도(1만 35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청년들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긴 이유로는 ‘직업’이 압도적이었다. 25~29세 남성 76.9%, 여성 76.9%, 30~34세 남성 73.7%, 여성 65.4%가 ‘직업’ 때문에 지역을 이동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청년인구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중은 2000년 49.1%에서 2025년 54.5%로 증가했다. 이 비율은 2030년 54.7%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사람이 미어터지는데 비수도권은 광역시마저도 홀쭉해져 가는 현실은 국가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은 지역대로 사람이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과도한 경쟁과 주거비 상승으로 삶의 질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인구 위기는 국가적인 문제이기에 개별 지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여러 광역권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협조를 구해야만 한다. 지방선거는 중지를 모을 중요한 기회다. 안타깝게도 지방선거가 반년도 남지 않았는데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양극단으로 치달은 중앙정치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마저 정쟁으로 물들인다. 2022년 지방선거도 그랬다. 당시의 핵심 이슈는 지역 현안이 아닌 정권 심판, 검찰 수사권 박탈(검수완박)과 같은 것들이었다.
올해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한민국 인구 변화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비수도권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고,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어지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의 야권 후보들은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고 선거를 주도했다. 올해 지방선거는 균형발전으로 장식되어야만 한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선 균형발전 해법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오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