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도시 부산’ 개방 DNA로 해양수도 미래 열자 [부산은 열려 있다]
1876년 개항, 관문도시 발돋움
100만 명 품었던 피란수도 부산
다문화·이방인 수용해 발전 거듭
수도권 집중화로 도약 동력 상실
개방·포용이 도시 재성장 해법
탈규제·세제 혜택으로 뻗어가야
100만 피란민을 품었던 부산은 개방과 포용의 도시다. 저 넓은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부산항처럼, 부산의 미래 생존 전략 역시 경계를 허무는 개방성과 포용성에 달려 있다. 어둠을 걷어내는 일출의 기세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의 도시 부산이 되길 기대한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은 열었다. 1876년 부산항 개항은 닫힌 국경을 걷고 근대 도시의 막을 올렸다. 1950년 한국전쟁부터 1023일간 이어진 피란수도는 폐허 속에서도 이방인에게 방을 내주며 품을 넓혔다. 팔도 사람들과 이국의 물자는 용광로처럼 뒤섞여 부산을 키웠다. 산업화 시대에는 수출의 전진 기지였고, 글로벌 자본과 기술이 들어오는 창구였다. 부산은 관문 도시이자 융합 도시로 살아남았다.
부산일보는 창간 80주년을 맞아 다시 질문한다. 부산은 열려 있는가.
부산은 여전히 세계 2위의 환적항을 갖춘 국제도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30회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의 꿈은 좌절됐지만, 도시 브랜드는 높아졌다. 외국인 관광객은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어 2028년 500만 명을 꿈꾼다. 지난 2년간 세계적인 리더들이 집결하는 대규모 마이스 행사를 122건이나 유치했다.
하지만 부산의 성장판은 닫히고 있다. 경제규모로 보면 제2의 도시는 이미 인천이다.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3년 처음 부산을 앞질렀고, 이듬해에는 격차가 4조 원대로 벌어졌다. 서울에서 멀수록 쪼그라드는 수도권 집중화 때문이다.
그 결과 청년은 부산을 떠난다. 2024년 기준 25~29세, 30~34세, 35~39세 연령대의 부산 순유출 인원을 더하면 약 9000명. 전체 연령대 순유출의 68.3%에 달한다. 25~29세 순유출은 부산이 전국 1위다.
지금 부산의 미래 전략은 다시 개방성이다. 물리적, 제도적, 사회적인 빗장을 열고 인재와 기업, 데이터와 기술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야 한다. 부산과 비슷한 면적의 도시 국가 싱가포르는 행정의 문턱을 아예 없애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전 세계의 기업과 자본, 인재를 쓸어담았다. 부산시의 역점 과제인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싱가포르와 같은 국제적인 허브 도시의 기반을 만드는 법이다. 국제 물류·금융·첨단 산업 특구를 지정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를 부여한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 지나가는 방문인구가 머무는 체류인구가 되고, 체류인구가 다시 정주인구로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생활인구를 확대해야 한다. 외국인과 고령자, 장애인이 이동과 소통의 장벽 없이 생활하는 도시 공간이 결국 청년도 다시 부른다.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국적 동포를 대상으로 지역 정착과 취업을 유도하는 부산형 비자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동국대 사회학과 김정석 교수는 지난해 11월 부산연구원 현안과제로 펴낸 ‘부산형 인구전환 전략 구조 전환기의 도시, 응답하는 국가’ 보고서에서 부산이 사회·경제·공간·행정 체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재편을 위해 새로운 전략 전환을 실험할 수 있는 정책실험도시가 될 것을 제안한다. 부산이라면 복합적인 위기와 이질적인 조건에서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성장과 ‘5극 3특’으로 대표되는 초광역권 구조도 부산의 미래에는 기회다. 부산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외연을 넓히고 남부권 관문공항 가덕신공항을 통해 더 많은 연결로 더 많은 개방을 이끌어낼 수 있다.
외국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사람과 기업에 빗장을 열고 더 큰 번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부산연구원 김세현 인구전략연구센터장은 “생활인구나 외국인이 지역사회와 직접 연결되고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교육과 인식 개선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