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중소기업 경쟁력 타격 면밀히 살펴야
사용자 범위 확대 협력사 쟁의 공포
명확한 세부 지침 마련 혼란 줄여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내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는 지난 26일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을 발표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 확대가 핵심이다. 노동부는 사용자 범위 확대와 관련해 원청의 하청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의 업무 방식이나 안전 관리 등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실제 사용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사용자 책임 입증이 더 까다로워졌다고 비판하고, 지역 상공계는 모호한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간접고용과 하청 구조가 뿌리 깊은 부산 지역 산업 특성으로 인해 지역 노동계와 상공계의 우려가 크다.
부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업계와 조선기자재업계는 수십, 수백 개 업체가 원하청 밸류체인으로 묶여 있는 구조다. 문제는 워낙 촘촘하게 엮여 있다 보니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한두 군데 공정이 묶이면 전체 공정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지침에 따라 ‘약한 고리’인 2~4차 협력사들이 하청 노조의 타깃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은 노무 관리 능력이 뛰어난 완성차나 대형 조선사에 비해 대응력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노란봉투법이 중소기업의 노무 비용 증가와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영업 마진율이 낮은 지역업체들로선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는 셈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의 기준이 지극히 모호해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 부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해석 지침을 보고 ‘하청업체의 품질관리를 위해 현장 확인과 지시 등이 구조적 통제의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노무법인에 문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무법인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태다. 노동계 역시 시행령이 너무 복잡해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워 노조 교섭권 제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한다.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이 자리 잡고 판례가 쌓일 때까지 노사 간 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란봉투법’ 변수가 중소기업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고환율 장기화로 인한 제조 단가 상승, 중국산 공세 등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사관계를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2026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2.9%가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불안의 주된 원인으로 83.6%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꼽았다고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타격받는 것을 면밀히 살피고, 산업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좀 더 명확하게 세부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