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일교 자금 총괄’ 한학자 최측근 피의자 전환
정치권 금품 전달 관여 혐의
한일터널 청탁 여부도 수사
전재수에 한 총재 자서전 전달
UPF 전 부산지회장도 소환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원주(가운데) 전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재소환되고 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정 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이날 소환 조사했다. 연합뉴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원주 전 비서실장을 피의자로 전환해 다시 소환 조사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자서전을 전달한 부산 지역 간부도 같은 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28일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 전 비서실장을 정치권 금품 전달에 관여한 혐의(정치자금법 등 위반)로 조사하고 있다. 정 전 비서실장은 천무원 부원장 등을 지낸 교단 핵심 인사로, 지난 18일에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뒤 피의자로 전환됐다.
정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께 경찰청에 들어서며 ‘어떤 내용을 소명할 것인지’, ‘해명할 부분이 있는지’ 등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정 전 비서실장이 교단 자금을 총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일교 측이 2018~2020년 무렵 전 전 장관과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정 전 비서실장이 인지했거나 일부 관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전달 과정에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이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천주평화연합(UPF) 전 부산지회장이자 한일해저터널 연구회 이사인 박 모 씨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 씨는 경찰청에 들어서며 전 전 장관과 통일교 간 한일해저터널 논의 여부, 2018년 부산 만찬 전 전 장관 참석 등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박 씨는 부울경 지역을 관할하는 통일교 5지구에서 활동하며 지역 정치인들과 접촉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시기에 전 전 장관에게 한 총재 자서전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통일교 5지구는 2018년 지부장과 간부 15명이 일본을 찾아 ‘정교유착’ 모델을 학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기도 하다.
경찰은 정 전 비서실장을 상대로 금품의 출처와 전달 경로, 교단 내 의사결정 라인, 정치권 접촉 창구가 어디였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박 씨 조사에서는 자서전 전달 경위와 만남 주선자와 동석자, 이후 추가 접촉 여부 등을 확인했다.
경찰은 전 전 장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면 이달 말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교단 핵심 관계자 조사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27일에도 이 모 전 통일교 한국회장과 자금 관리 등에 관여한 인물 1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대통령실은 28일 통일교 특검 입법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한다면 형식은 무관하다는 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경찰이건 특검이건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된다면 어떤 형식이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한다”며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정치와 종교의 유착을 금하는 헌법 정신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등 특정 종교를 짚어 수사 대상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표했다.
다만 여야는 같은 날 국회에서 특검 추천권과 수사 대상 등 통일교 특검법 세부 내용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29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