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예술성 겸비한 ‘스트리트 퍼니처’로서 벤치 설치했죠” [벤치가 바꾼 세계 도시 풍경]
와타나베 모이치 모리빌딩 수석
롯폰기 힐스 ‘수직정원도시’ 철학
고층화로 지상에 개방 공간 창출
일상에서도 문화와 예술 느끼게
모리빌딩이 롯폰기 힐스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디벨로퍼(도시 개발사)로 자리 잡게된 데에는 대표 철학 ‘버티컬 가든 시티’(Vertical Garden City, 수직정원도시)가 있다. 하늘로 웅장하게 뻗은 고층 빌딩 사이에 가득찬 정원에는 직장인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 여기다 관광객들까지 모두가 ‘안전과 보안’이 확보된 ‘녹지와 환경’ 속에서 ‘예술과 문화’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모리빌딩의 롯폰기 힐스 개발 3대 원칙이 가미돼 있다.
〈부산일보〉와 만난 와타나베 모이치(사진) 모리빌딩 수석은 “건물의 집약·고층화에 의해서 하늘과 지하의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도시 기능을 입체적·중층적으로 짜 넣는 독자적인 도시 개발 방법이 적용됐다”면서 “고층화를 통해 지상에 큰 개방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녹색을 늘리고 다양한 도시 기능이 복합될 뿐만 아니라 자연과도 상생하는 도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중 핵심은 ‘문화 도심’이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트리트 퍼니처’(도심 조형물)라는 게 와타나베 수석 설명이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더해진 휴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수석은 “롯폰기 힐스는 ‘문화 도심’을 표방하는 거리로 예술적 요소와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스트리트 퍼니처로서의 벤치를 설치했다”며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예술성을 겸비한 존재를 거리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지극히 일상적인 순간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일상의 풍경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자극과 발견이 생기도록 이와 같은 장치들을 도시 전반에 걸쳐 도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개발이 완료된 롯폰기 힐스가 아직도 매년 4000만 명 이상이 찾는 도쿄를 넘어 일본 그리고 전 세계의 관광지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책임감’으로 설명되는 모리빌딩의 정신이 있다. 와타나베 수석은 “모리빌딩은 도시를 만들 뿐만 아니라, 키우는 것도 중시하고 있다”며 ‘거리의 신선도’라는 표현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거리의 신선도를 유지해 롯폰기 힐스를 누리는 사람들 간의 유대를 깊게 만들고 있다”며 “풍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도심 경영을 통해 거리의 ‘자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수석이 밝힌 자력은 일하고 즐기는 가운데서 예술과 휴식의 기능까지 더해 인간 생활의 모든 기능을 도보권 내에 집약시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또 이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또 다른 집약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폰기 힐스가 세계적인 복합 개발로 자리잡는 데 이러한 것들이 주효했다며 “장기적인 시야에서 도시의 본연의 자세와 계속 마주해 온 자세가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와타나베 수석은 롯폰기 힐스의 과거와 현재가 부산과 닮아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롯폰기 힐스는) 과거 목조 밀집 주택지였는데, 모리빌딩은 거기에 사는 사람의 시점에서 도시 본연의 자세를 생각해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거듭해 공동 사업으로서 함께 재개발에 임해 왔다”며 부산 또한 주민들의 미래와 삶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개발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