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 30년, 주민자치회 활성화로 생활 정치 꽃 피우길
정부, 전면 시행 추진… 부산은 저조
발상 전환 주민 적극적 행정 참여를
올해 부산시 주민자치회 운영 평가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부산 동래구 안락2동 주민자치회가 지난 9월 2일 동래구 안락동 안락4휴먼시아아파트 일원에서 주민총회를 열었다. 부산 동래구청 제공
정부는 지방자치제도 시행 30주년을 맞아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을 추진 중이다. 법제화를 통해 시범 운영되던 주민자치회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2013년부터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주민자치 기구인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기능과 권한이 강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전국 31곳에 불과했던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12월 기준 1411곳(39.6%)이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회 운영은 전국적인 추세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주민자치회 도입이 저조하다고 한다. 주민이 직접 행정에 참여하는 실질적 주민자치의 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부산 지역에서 운영 중인 주민자치회는 16개 구군 206개 읍면동 가운데 6개 구(동·동래·사하·연제·부산진·해운대) 19곳(9.2%)에 불과하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연제구를 제외한 15개 구군 187개 읍면동에서 활동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동 행정의 자문 기구로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심의한다면, 주민자치회는 직접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주민 화합과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위임·위탁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이 강하다. 그럼에도 주민자치회 도입이 저조한 이유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영향력 감소 우려, 예산 증가로 인한 지자체들의 소극적인 전환 장려 때문이다. 지자체와 지역민이 발상을 바꿔야 할 시점이 됐다.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는 행정업무에 대한 자문·심의 역할을 해왔지만 단순 행정 보조 역할, 권한 범위 불분명 등 한계가 있었다. 반면, 주민자치회는 민관협치 기구로서 주민이 직접 의제를 발굴·의결하고 예산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장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시 운영 평가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동래구 안락2동 주민자치회가 대표적이다. 주민이 ‘어르신 안심 생활 지원사업’ 등 6대 마을 의제를 선정했고, 4개가 실제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처럼 주민이 지역 정책을 수립·실행하며 참여 의식을 높일 수 있어 풀뿌리 민주주의 확산을 기대하게 한다.
‘국민주권 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는 주민자치권 확대·강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주민자치회 법제화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에 처리하자고 당정 간 협의를 마친 만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자치회가 전면 시행된다면, 지방행정의 자율성과 주민서비스 행정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부산도 대세가 된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해 생활 정치의 꽃을 피워야 한다. 주민자치회 역할 강화를 위해 행정, 시민·직능단체, 학교 등 지역사회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다양한 참여 모델 개발, 지역 특색을 반영한 운영 시스템 마련, 주민 참여율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교육 다양화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