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이 기사는 AI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대진 TV방송국 총괄부장
〈부산일보〉 홈페이지를 꾸준히 접속한 독자라면 최근 변화 하나를 눈치챘을 것이다. 첫 화면 스크롤을 내리면 왼쪽 아래에 ‘부산일보 AI 보도 활용 준칙’이란 배너가 생겼다. 클릭하면 AI 프로그램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때 지켜야 할 원칙과 윤리, 단계별 지침 등이 나온다. 〈부산일보〉는 올 하반기부터 기자들을 중심으로 ‘AI 보도 활용 연구회’를 구성했고, 내외부 의견 수렴 끝에 지난 2일 준칙이 탄생했다. 관련 내용을 알리는 기사에는 예상한 대로, ‘AI로 기사를 쓴다고?’라는 놀라움부터 ‘AI를 활용해 기사를 더 잘 쓰도록 해야 한다’ ‘조금 지나면 사람보다 AI가 더 기사를 잘 쓸 것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댓글로 달렸다.
미국 언론계도 AI 활용이 화두다. AI 선진국답게 수년 전부터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취재 현장에 적용해 왔다. 주목할 점은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주요 언론사들이 ‘AI 글쓰기’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지어내는 ‘환각’ 현상 때문이다. 팩트로 먹고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생성형 AI의 ‘환각’은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사람에 비유하면 거짓말 잘하는 기자, 소설 쓰는 기자인 셈이다.
반면, 글쓰기의 전 단계인 기획과 취재 활동에는 AI를 널리 장려하는 분위기다. 일례로 요즘 기자들은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는데, AI 검색은 정확도와 적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도 AI 프로그램이 유용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재빨리 요약·분석해 미처 사람 기자가 놓친 유의미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투명성’이다. AI를 활용해 뉴스를 제작했을 때 독자에게 어떻게,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는 기사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뉴스 신뢰도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트러스팅 뉴스(Trusting News)’의 활동을 주목할 만하다. 최근 협력사 독자 60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94%가 ‘기자가 AI를 사용했을 때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92%는 ‘AI를 활용한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사람이 검토했는지 알고 싶다’고 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러스팅 뉴스는 AI 활용 정보공개 예시 문구(템플릿)를 만들어, 언론사들이 두루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언론 환경의 차이가 있지만 이번 부산일보 AI 준칙 제정에도 미국 사례를 참고했다. 여느 언론사와 달리 선언적 수준을 넘어 사례별로 구체적인 정보공개 템플릿까지 마련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AI를 쓰는 오늘날, 굳이 세세한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기자 개개인마다 의견이 나뉜다. 그럼에도 부산일보가 앞장선 건 뉴스 소비자의 관심·요구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언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아가 AI 시대에 걸맞은 언론의 책임감을 스스로 부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부산일보 AI 준칙의 맨 첫 줄에, AI는 뉴스 제작의 효율성·창의성·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못박았다. 똑똑한 도우미와 함께 만들어낼 더 유익하고 한층 깊이 있는 〈부산일보〉 콘텐츠를 기대해 주시길.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