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과 놓고 갈등 고조 국힘…박형준 다시 목소리 낼까
내년 지선 앞두고 중도층 확장 변수
박 시장 3일 계엄 사과 메시지 낼지 관심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엄에 대한 지도부의 사과 여부를 놓고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보수층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에 시선이 쏠린다. 공천을 고려해 계엄 사과에 대해 입장을 내지 못하는 다른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와 달리, 아직까지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박 시장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향후 박 시장이 계엄 1년째가 되는 오는 3일 또 한 번 전향적인 목소리를 낼 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는 30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이 5년 임기를 다 채우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민생과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싸우고 국민과 함께 이기는 진정한 국민정당으로 당을 재건하겠다. 우리 모두 똘똘 뭉치자”고 언급했다. 지난 28~29일 대구·대전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도 계엄에 대한 사과보다는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대여 투쟁을 이어갔다.
당내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엄에 대한 사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29일 대전에서 열린 ‘민생 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계엄은 불법이었다. 그 계엄의 불법을 방치한 게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라며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지도부가 사과 입장을 내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사과하겠다면서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엄에 대한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박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한 시사 대담에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계엄에 대한 사과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계엄과 선을 긋지 않고는 중도층 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37%)이 국민의힘(28%)보다 9%포인트(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무당층은 국민의힘 지지율과 같은 28%로 집계됐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공과 평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잘못한 일이 많다’는 혹평을 가장 많이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윤 어게인’ 등 강성 지지층과의 단절과 중도층 확장을 통한 보수 세력 통합이 내년 선거 승리의 관건이라는 게 박 시장의 인식인 셈이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 중 아직 박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없는 만큼,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보다 공천에 대한 부담 없이 계엄 사과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정계에서는 박 시장이 또 한 번 계엄과 관련해 전향적인 목소리를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이 계엄 사과 등에 대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부산 중도층 확장이라는 기대 효과를 넘어 현재 장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강경 기조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