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원하는 음악이라는 마법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배순탁
음악이 스며든 인간사 응시하는 산문집
방대한 정보·깊은 지식에 감탄 절로 나와
전문적 시각·통찰 속에 읽는 재미도 쏠쏠
배순탁 작가는 책에서 영국 밴드 퀸을 현대 대중음악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AP연합뉴스
한때 취미의 양대 산맥은 ‘음악 감상’과 ‘독서’였다. 실제로 이 두 가지를 좋아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렇게 답하면 문화를 좀 아는 그럴듯한 사람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수많은 과학자가 실험을 통해 음악이 단순한 감상용을 넘어 치료용으로 널리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음악은 뇌에 신호를 보내 육체를 움직이게 한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니 평소엔 할 수 없는 움직임이 나온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 외의 영장류는 어떨까. 영장류에게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박자 감각이 없다. 인간은 아기 시절에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오직 인간만이 음악을 ‘감정적으로 깊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음악을 많이 들어야 사람이 선해진다”라는 말도 있단다. 저자가 책의 제일 첫 장에 쓴 내용이다. 이렇게 대단한 ‘음악부심’을 자랑하는 저자는 누구일까? 한국의 최장수 음악프로그램인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책에서 ‘마이클 잭슨은 ‘스릴러’ 음반으로 당시 미국 레코드 산업 전체를 구한 존재’라고 소개한다. 사진은 1996년 한국을 찾은 마이클 잭슨의 공연 모습. 연합뉴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라는 단어가 저자를 가장 대표하는 소개지만, 그 외에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라디오 프로그램 ‘배순탁의 비 사이드(B side)’를 진행했고 유튜브 ‘무비건조’의 고정 출연자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신문과 잡지에 고정 칼럼을 연재 중이며 몇 권의 책도 썼고, 강연을 통해 대중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물론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고정 코너를 통해 그의 목소리와 생각, 그가 추천하는 음악도 매주 들을 수 있다.
<음악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만>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지만, 정작 저자는 음악이 삶의 거의 전부인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삶 전부와 같은 음악이 스며든 세상의 이야기를 쓴 음악 산문집이다. 음악에 관한 해설이나 평론이 아니라 록 펑크 재즈 힙합 알앤비 영화음악 가요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한 줄 가사에 깃든 뮤지션의 이야기와 시대의 숨결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치 친한 친구가 “그 음악 관련해서 재미난 이야기가 있는데 너 그거 알아?”라며 수다를 시작하는 식이다.
음악에 관한 자유로운 산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도대체 이런 이야기까지 어떻게 알까’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알면 더 잘 보이고, 잘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람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데, 음악에 관한 엄청난 정보량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재미있게 말하는 것도 저자의 장점이다. 이런 특징은 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문적 시각과 음악적 통찰을 담고 있으면서 한순간도 재미를 놓치지 않아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417쪽 8장으로 구성한 이 책은 마치 “네가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라는 식이다. 우리가 몰랐던 유명한 곡에 숨은 사연과 뮤지션 이야기, 음악이 탄생했던 시기와 세월이 더해진 깊이, 저자가 알려주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법, 알려지지 않은 명반 등이 나온다. 다양한 일화가 등장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음악이 건네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수많은 콘텐츠가 넘쳐나고, 취향마저 SNS에 과시하는 과잉의 시대에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선택하는 힘’에 주목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삶의 방향이 된다. 그 방향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 것이다. 음악에 기대어 살아온 어떤 사람의 기록, 즉 플레이리스트는 어느새 그 사람의 인생 아카이브인 셈이다.
“우리가 문학과 철학과 음악과 영화를 읽고 보고 듣고 공부하는 이유는 세계를 오직 이분법으로만 재단하는 절대적이고 폭력적인 사고방식에서 탈출하는 것, 더 나아가 이념을 떠나 인간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문장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장 하고 싶었더 말이 아닐까 싶다. 배순탁 지음/김영사/417쪽/2만 1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