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사법개혁안,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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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독립성 침해 위헌 논란 이어져
충분한 공론화 국민 공감대 얻어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의 인사·행정 등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가 주축이 된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그 기능을 대신케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초안을 내놓았다. 사법개혁안이 발표되자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무력화될 수 있는 데다 외풍이 개입할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를 민주당의 성향에 맞춰 길들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구심마저 자아낸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저해할 여지도 다분하다. 여당은 사법개혁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입법 과정에서 법원 내부 의견 등을 듣고 반영하는 등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입법공청회를 열고 사법개혁안을 공식 발표했다. 공청회에서 여당은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퇴직 대법관의 대법원 처리 사건 수임을 5년간 제한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법관 정직 처분의 최대 기간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법관징계위원회도 외부 인사가 과반을 차지하도록 했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달 27일 TF 구성 이후 약 한 달 만에 구체화됐다. 속전속결로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기저엔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어떤 경우에도 법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개혁안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촉발한 것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13명으로 구성되는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가운데 최대 9명에서 최소 7명 정도가 비법관으로 구성된다. 이 경우엔 판사 인사가 집권 세력에 휘둘릴 수 있다.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개혁의 탈을 쓴 사법부 장악 의도에 불과하다는 격한 반응이다. 이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법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법원을 바꿔 장악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은 자칫 정치권이 사법부 인사 통제권을 갖겠다는 뜻으로 비춰질 개연성이 크다. 나름의 명분이 있더라도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꼼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여당 구상이 헌법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헌법은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제104조 제3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라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여당 대표는 사법개혁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한다. 위헌 논란까지 불거진 사법개혁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개혁안은 조희대 대법원장 및 계엄 사건을 다루는 판사들에겐 모종의 경고로 비칠 수도 있다. 사법부 독립성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일방적이고 위헌적인 개혁은 국민 저항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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