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착공 서두르고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해야
개항 지연 상쇄 허브공항 격상 모색을
공기 단축 위한 기술·행정적 해법 필수
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등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덕신공항 106개월 공기연장 책임자 문책 및 공기연장 최소화, 정상건설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가 가덕신공항 개항 6년 연기로 돌연 입장을 선회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역민들은 손바닥 뒤집듯 국책사업의 대강이 흔들린 데에 한 번 놀랐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이 없어 한 번 더 놀랐다. ‘2029년 적기 개항’을 믿고 불편을 인내한 부울경 주민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한 이 사태를 어찌 감당할 건가. 유일한 해법은 신속한 재입찰과 착공, 그리고 공기 단축을 위한 기술·행정적 노력으로 2035년 이전이라도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진심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다짐해야 할 것은 애초 취지대로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이 되는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106개월(8년 10개월) 조건으로 재입찰을 공고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84개월(7년) 기본계획으로 입찰이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무려 16개월을 허비한 채 다시 원점에 서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진 이유는 우선 우선협상대상자 이탈 이후 국토부가 후속 절차에 굼뜬 탓이 크다. 게다가 연약지반 안정화 등 원래 설계에 반영된 항목들을 뒤늦게 공기 연장의 근거로 포함한 때문이다. 행정 무능과 의지 부족이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이상의 공회전은 용납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개항을 앞당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순조로운 재입찰 관리와 함께 공기 단축 방안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덕신공항 로드맵은 2029년 개항, 2032년 준공에서 2035년 동시 달성으로 바뀌었다. 개항 지연이 뼈아프지만, 남은 시간을 ‘낭비’가 아닌 ‘축적’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핵심은 글로벌 허브도시에 걸맞은 경쟁력이다. 여객 1000만 명을 돌파한 김해공항의 포화와 위험천만한 선회 비행의 고질을 해소할 설계·운영상의 개선 전략은 필수다. 따라서 2단계로 추진된 활주로 1본 추가, 대형 항공기·화물기 대응을 위한 터미널과 여객 수속 시설의 허브공항급 격상 등을 지금부터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허브공항 도약에 필요한 거점항공사 유치 노력도 재개해야 한다. 공항을 잇는 부울경 광역교통망과 배후 도시 연계 방안도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
부산시도 이번 사태에 자유롭지 않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 데 비해, 실제 사업 관리와 선제적 대응에 무기력했다. 국토부와 부산시의 무책임에 지역 관문공항이 발목을 잡히는 사이 대구신공항은 2030년대 중반 이전에 개항할 채비를 서두르고, 인천공항은 승객 증가세를 근거로 5단계 확장에 나설 조짐이다. 허브공항의 지위를 노리는 가덕신공항에 있어 타이밍은 운명을 좌우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력을 갖춘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조기 개항해야 한다. 정부·부산시·관계 기관은 남은 신뢰도, 허비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