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사법원, 이젠 경쟁력 갖춘 설계 필요하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선장

1심 부산과 인천에서 분담해 처리
전속관할·국제상사사건 범위 쟁점
안정적인 사건 수 확대 등 마련 과제
해사산업 경쟁력 높이는 계기 되길

2015년 처음 제기된 해사법원 설치 논의가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최근 제출된 여섯 개 법안을 검토한 뒤, 박찬대 의원안을 중심으로 단일안을 마련했다. 남은 몇 가지 쟁점만 정리되면 올해 안에 해사법원 설치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크다. 논의가 장기간 이어진 만큼, 이제는 해사법원의 구성과 기능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의의 가장 큰 변화는 명칭에서 드러난다. 해사법원은 해사국제상사법원으로 명칭이 확대돼 논의되고 있다. 이는 해사 사건뿐 아니라 국제상사 사건까지 포괄하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국제거래전담부 등에서 처리해 온 국제상사사건을 해사법원의 기능과 결합해 사건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로, 21대 국회에서 한국해사법학회와 이수진 의원이 처음 제안한 모델이기도 하다. 새롭게 구상된 해사국제상사법원은 해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과 국제상사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함께 설치돼 두 축으로 운영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1심 재판은 부산과 인천이 분담해 맡게 된다. 토지관할 구역을 나누어 부산은 영남·호남·제주 지역을, 인천은 수도권·충청·강원 지역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해사국제상사법원 사이는 전속관할이 아닌 임의관할이기 때문에 원고는 부산해사법원과 인천해사법원 중 보통재판적이나 특별재판적이 인정되는 곳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소를 제기할 수 있고, 해사법원 내에서의 합의관할이나 변론관할도 허용된다. 두 해사법원은 각각 단독부 3개, 합의부 1개, 항소부 1개로 구성될 것으로 추측된다.

해사법원을 둘러싼 쟁점도 남아 있다. 해사법원은 1심 사건만을 전담하며, 별도의 해사고등법원은 설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항소심은 일반 사건과 동일하게 처리된다. 부산해사법원에서 나온 항소 사건은 부산고등법원이, 인천해사법원 사건은 서울고등법원(또는 향후 설치될 인천고등법원)이 맡게 된다. 다만 국제상사사건에 한해 서울고등법원의 전담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전속관할’이다. 해사법원은 해사사건에 대해 전속관할을 갖게 돼, 앞으로 상법 해상편 손해배상·책임제한·선박충돌 등 해사민사사건과 각종 해사행정사건은 모두 부산·인천해사법원에서만 다뤄진다. 다만 전속관할로 인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부 사건은 중복관할을 인정했다. 소액사건, 등기 가능한 선박 외 재산에 대한 집행·보전처분, 일부 선원법 적용 사건 등이 그 대상이며, 등기 외 소형선박에 대한 가압류처럼 현장에서 빠른 처리가 필요한 사안은 일반 지방법원 지원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법률안에 포함된 국제상사사건 범위도 쟁점이다. 국제상사사건이 해사국제상사법원의 전속관할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어떤 사건을 그 범주에 넣을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법무부는 ‘해사국제상사법원에 관할합의를 한 사건만’ 전속대상으로 보자는 입장으로, 당사자가 서울중앙지법 관할로 합의했다면 그 사건은 기존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처리된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국제상사사건을 ‘외국적 요소가 있는 상사법률관계’ 자체로 파악해 관할합의 요건을 두지 않으려 한다. 이 경우 해당 사건은 모두 해사국제상사법원으로 이송되거나, 서울중앙지법은 소를 각하해야 한다.

해사법원은 2030년 개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설치 배경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해사·국제상사 분쟁을 국내에서 처리해 외화유출을 막고, 동시에 국민이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청구권을 강화하려는 데 있다. 2030년까지 해사법원이 실질적인 선택을 받는 전문법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충분히 사건 기반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건 수 확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해운회사와 조선소 역시 분쟁 해결을 부산해사법원에서 진행하도록 약정을 체결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해상운송약관이나 용선계약서에도 해사법원을 관할로 하는 조항을 반영해 자연스럽게 사건이 해사법원으로 모일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해사법원은 신속성과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전문 해사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육성할 체계 마련이 핵심 과제다. 압류 선박을 휴일에도 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등 실무 대응력 강화도 필요하다. 특히 해상법 강의가 거의 없는 로스쿨 현실을 고려하면 전문 인력 양성은 더욱 시급하다. 결국 해사법원이 성공하려면 법률 수요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신뢰할 만한 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오랜 염원이었던 부산해사법원의 설치가 우리 해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