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민화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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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1960~)

단풍이 꽃보다 붉단 말 거짓 아니네

시월 서리 한 잔에 벌써 신명이 돌아

저 어깨춤 들썩이는 것 좀 보아

연지 곤지를 찍어도 저리 붉을까?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단 말

거짓이 아니네

나이보다 더 굽은 등걸

몸을 틀어 어깨춤 들썩이는 것 좀 보아!

저 나이에도 어찌 신명이 있을까?

봄의 눈에는 그렇게 보여도

이팔만 청춘이 아니라네

서리 곱게 머리에 이고도 마음 다시 붉으니

단풍이 꽃보다 더 곱단 말 거짓이 아니네

두고 봐, 니들도 그때가 올 테니

신명은 늙지 않고 단풍만 드는

붉은 가을, 그때가 올 테니

낙홍춘정(落紅春精)

단풍이 꽃보다 붉단 말 거짓 아니네

시집 〈민화〉 (2024) 중에서

나뭇잎에 단풍이 드는 이유는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있는 떨켜층 때문에 햇볕이 줄기로 가지 못하면서 엽록소가 파괴되는 것인데요. 나무종류별로 나뭇잎의 색이 다른 건 자기만의 색소의 종류와 함유량 때문이랍니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클수록 아름답다는 단풍. 시인은 인생을 단풍에 비유하면서 낙엽 또한 봄의 생명력만큼 애틋함을 노래합니다. 늙지 않는 사람 없고, 그렇게 나이 들어 가는 삶도 곱디고운 것. 한 생을 살아낸 삶이 ‘그때’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떨켜가 있을 것입니다.

나이듦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소박한 유유자적의 마음을 갖는 것. 황혼의 인생이 단풍보다 아름답단 말도 거짓 아닐 것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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