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회관 내년 상반기 기획공연 살펴 보니…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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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어린이공연, 클래식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AI시대의 사랑' '동심의 회복' 등 시대적 흐름 반영한 주제

연극 ‘시뮬라시옹’. 부산문화회관 제공 연극 ‘시뮬라시옹’.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문화회관은 내년 상반기 기획공연 시즌 ‘예술로 빛나는 삶의 전환’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예매에 들어갔다.

부산문화회관은 재단 출범 10주년을 맞아 ‘AI 시대의 사랑’ ‘동심의 회복’ ‘고전의 재해석’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주제 아래, 예술이 시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극장을 지향하는 2026년 시즌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은 고전과 현대, 지역성과 세계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세계적 아티스트의 무대부터 지역 신진 예술인들의 창작 공연,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까지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폭넓은 기획을 선보인다.


■연극·뮤지컬

2026년은 대한민국 연극제가 부산에서 열리는 특별한 해로 부산문화회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인간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친다.

연극 ‘시뮬라시옹’은 1월 16일(금)~17일(토) 이틀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복원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AI의 경계에서 사랑과 기억을 묻는 심리SF극이다. 2035년, 전쟁과 기술이 공존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자율주행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엔지니어 ‘선욱’이 AI로 복원된 아내 ‘상아’와 다시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섬세한 심리 묘사와 철학적 대사가 어우러져, 기억과 현실이 뒤섞인 인간 내면의 풍경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창작 뮤지컬 '인사이드 미'. 부산문화회관 제공 창작 뮤지컬 '인사이드 미'. 부산문화회관 제공

창작뮤지컬 ‘인사이드 미’는 3월 28일(토)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보이는 나’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SNS 속 팔로워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꾸미고 연출하는 사람들의 세계 속에서, 주인공은 점차 ‘진짜 나’를 잃어가며 혼란에 빠진다.

연극 ‘칼로막베스’가 4월 4일(토)~5일(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고선웅 연출의 무협 액션극이다. 근미래 교화시설 ‘세렝게티 베이’에서 권력과 생존을 위해 칼을 든 인간들의 욕망과 폭력을 유머와 신체 리듬으로 폭발적으로 풀어낸다. 유머와 슬랩스틱, 비극과 광기가 뒤섞인 120분의 폭발적인 무대가 관객을 압도한다.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The Clown’은 두 광대와 악사가 풀어내는 불멸의 로맨스 이야기이다. 4월 24일(금)~25일(토)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두 광대와 악사가 무대 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놀이처럼 풀어내지만, 결국 사랑과 죽음의 진실에 마주한다. 유머와 슬픔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제45회 서울연극제 자유 경연작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한국 연극사에서 신파를 새로 정의했다는 호평을 받은 화류비련극 ‘홍도’가 한층 원숙해져 돌아온다. 2016년 예술의전당 예술 대상 최우수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백색의 무대, 붉은 홍등 하나.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웃고 울리는 고선웅표 연극의 진수를 6월 12일(금)~13일(토)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창극 ‘살로메’에서는 판소리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열연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을 창극의 언어로 재탄생시킨 문제작. 붉은 달빛 아래 유대 궁정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광기의 이야기가 8월 29일(토)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국악과 서양음악의 결합, 강렬한 시각미로 욕망에 잠식된 인간의 본능을 압도적으로 표현한다.

가족뮤지컬 ‘토장군을 찾아라!’. 부산문화회관 제공 가족뮤지컬 ‘토장군을 찾아라!’. 부산문화회관 제공

■ 가족·어린이 공연

동화와 전통, 인기 캐릭터를 무대로 구현한 네 편의 작품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백희나 작가의 동화를 바탕으로 한 가족뮤지컬 ‘구름빵’은 1월 23일(금)과 24일(토)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된다. 심술 난 홍시를 위해 아빠와 누나 홍비가 준비한 ‘특별한 놀이’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이야기로, 노래와 율동, 빵 만들기 체험이 어우러진 무대는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잊힌 동심의 추억을 되살린다.

토요일의 키즈 클래식, ‘라보의 클래식 상자-하이든’이 새롭게 돌아온다. 음악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예술교육형 프로그램으로, 고전시대 3대 거장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선보인다. 어린이들에게 흥미롭고 체계적인 클래식 경험을 선사한다. 그 첫 무대는 ‘고전음악의 아버지’ 하이든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시간여행자 ‘라보’가 등장해, 아이들과 함께 오래된 ‘클래식 상자’를 열고 잠들어 있던 하이든을 깨우며 음악의 세계로 안내한다. 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미디어 아트가 어우러진 이번 무대는 2월 28일(토)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어지는 모차르트와 베토벤편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어린이 공연 ‘블링블링 캐치! 티니핑 심포니’는 5월 2일(토)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영화 ‘사랑의 하츄핑’과 ‘캐치! 티니핑’ OST를 클래식 음악과 결합했다. 캐릭터들의 모험과 환상적인 스토리를 음악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며, 어린이 관객의 상상력과 참여를 유도한다. 다양한 음악적 장르와 오케스트라, 무대 연출이 결합하여 화려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가족뮤지컬 ‘토장군을 찾아라!’는 깊고 깊은 바닷속, 반짝이는 용궁을 무대로, 욕심 많은 용왕님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별주부 자라의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이다. 5월 2일(토)부터 7월 25일(토)까지 부산문화회관 사랑채에서 공연된다. 이번 작품은 부산문화회관 신진 예술인 페스티벌을 통해 탄생한 자체 제작 공연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산문화회관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산문화회관 제공

■ 음악

부산문화회관이 선사하는 클래식 시리즈 ‘Sound of Busan’이 감성의 거장 차이콥스키와 함께 돌아온다. 오는 2월 27일(금), 6월 19일(금), 8월 21일(금)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Sound of Busan : 올 댓 차이콥스키’는 지역 클래식의 저력을 집약한 음악 공연이다. 올해 브람스의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통해 지역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보여주었던 Sound of Busan은 올해 차이콥스키를 통해 더욱 정제된 구성과 새로운 해석으로 한층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부산네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유나이티드 코리안 오케스트라 등 지역을 대표하는 세 개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하여 낭만주의의 향연을 펼치며, 차이콥스키의 서정과 격정을 통해 부산 클래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들려준다.

시네마 파라디소 ‘Begin Again’은 첼리스트 홍진호와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활발히 활동 중인 보컬리스트 박현수의 조인트 프로젝트이다. 국내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조윤성도 의기투합한다. 이전에는 고전 영화들과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들을 편곡해 선보여 큰 인기를 얻었고, 그에 힘입어 부산 공연에서는 음악 영화들 속에 흐르는 멜로디를 들려줄 예정이다. 화이트데이인 3월 14일(토)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백건우 –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낭만을 노래하다’가 4월 3일(금),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956년 부산에서 연 첫 독주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0년 세월 동안 건반 앞에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온 백건우는,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과 내면의 울림을 통해 세대를 초월한 예술의 본질을 전해왔다.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가 들려주는 새로운 여정,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낭만의 언어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곧 발매될 그의 슈베르트 신보와 궤를 같이하며,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3번과 제20번, 그리고 브람스의 네 개의 발라드로 구성된다.

가야금의 섬세한 울림과 첼로의 깊은 음색이 만나는 특별한 무대, ‘살롱 드 국악 I – 첼로가야금’이 4월 10일(금)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김 솔 다니엘과 한국의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이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결성한 듀오 ‘첼로가야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독창적인 사운드로 유럽 무대에서도 주목받아왔다.

이어지는 ‘살롱 드 국악 Ⅱ – 추다혜차지스’는 4월 17일(금)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소리꾼 추다혜를 중심으로 결성된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 밴드 ‘추다혜차지스’는 대중음악계와 국악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시도로 2021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들은 평안도·제주도·황해도 굿에서 쓰이는 무가(巫歌)에 레게, 재즈, 힙합, 훵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여 전례 없는 독창적 음악 세계를 선보인다. 밴드 이름의 ‘차지’처럼, 이들의 음악은 각자의 몫을 담아 듣는 이들의 ‘차지’가 된다.

2026년 상반기 시즌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과 일정은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www.bscc.or.kr)와 전화 051-607-6000(ARS 1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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