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끝없는 욕망, 아무리 포장해도 본질 바뀌지 않아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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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로인디넷 두 번째 국외 작가전
알베르 카뮈 '오해' 무대에 올려
불통과 욕망의 부조리성 꼬집어
29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공연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선보이는 연극 '오해' 리허설 장면. 효로인디넷 제공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선보이는 연극 '오해' 리허설 장면. 효로인디넷 제공

“어머니, 제가 얀입니다.” 이 한마디만 했더라면….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얀은 어머니와 동생이 운영하는 모텔을 찾고도 자신이 그들의 아들이자 오빠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침묵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부른다.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연극 ‘오해’를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극작가 알베르 카뮈가 1944년 발표한 희곡 ‘오해’는 오랜 타지 생활 끝에 고향에 돌아온 얀과 그를 알아보지 못한 어머니와 여동생 마르타 사이에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그렸다.

척박한 땅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르타와 어머니는 부유한 투숙객을 살해한 후 그가 남긴 금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어느 날 그들 앞에 ‘낯선 손님’ 얀이 나타난다. 경제적 부를 쌓은 후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려 아내 마리아와 함께 귀향한 것이다. 가족의 형편을 살펴보기로 한 얀은 먼저 아는 체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인지 어머니와 마르타도 얀을 즉각 알아채지 못하고 평상시처럼 살해를 모의한다.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선보이는 연극 '오해' 포스터. 효로인디넷 제공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선보이는 연극 '오해' 포스터. 효로인디넷 제공

카뮈의 ‘오해’는 8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수많은 오해와 오해가 겹쳐 비극을 부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한다. 성공한 얀이 안식처처럼 여기고 찾은 고향은 사실 여동생 마르타에게는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전쟁터에 불과하다.

이번 작품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 우리 주변에서 행해지는 악의 일상성과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갖는 부조리함까지 건드린다. 효로인디넷 이성민 연출은 “현대인들이 빠져드는 오해와 거듭되는 범죄의 밑바닥엔 욕망이 자리한다”고 말한다. 그는 “문제는 인간의 생명은 유한한데, 욕망은 끝이 없다 보니 그 간격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불행을 부른다는 것”이라며 “헛된 욕망을 신념이나 목표 등으로 포장해 봤자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이성민 연출이 연극 '오해'의 연출 의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독립예술기획사 효로인디넷 이성민 연출이 연극 '오해'의 연출 의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연극 ‘오해’는 효로인디넷 배우네트워크가 기획한 ‘국외 작가전’의 두 번째 작품이다. 앞서 5월에는 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을 비판한 극작가 아돌 후가드의 ‘시즈위 밴지는 죽었다’를 첫 번째로 무대에 올렸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공연은 이번 달 29일까지 매주 수~토요일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소극장(도시철도 3호선 배산역)에서 만날 수 있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4시 시작한다. 러닝타임 100분으로, 15세 이상 관람료 3만 원이다. 연출 이성민, 출연 이현식 전상미 유주영 양연주 김다애 김기백.

공연이 끝나면 관객이 무대에 올라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매주 수요일 공연 후엔 ‘수요인문극장’이 30분 정도 진행된다. ‘오해를 통해 본 세계의 부조리성’이라는 주제로 이성민 연출과 변현주(극단새벽 대표) 기획이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예매 및 할인정보 확인은 효로인디넷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51-623-6232.

연극 '오해' 관객들이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연극 '오해' 관객들이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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