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바다를 통한 기후 해법 '바다숲'
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바다는 해류 순환과 수증기 공급을 통해 수분과 산소를 제공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 생명 순환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인간의 신체로 생각하면 바다는 심혈관이자 허파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바다는 조용하지만 아주 위험한 재앙과 마주하고 있다. 바로 ‘바다 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 현상이다. 해양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 밑 암반이 하얗게 변하기 때문에 백화 현상으로도 불린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 2024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갯녹음 면적은 이미 약 1만 5907ha로 확대되어 우리나라에서 해조류가 자연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암반 면적의 37%에 달했으며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갯녹음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연안 해역의 약 40%에서 해조류가 감소했다. 호주 남부의 켈프 숲은 지난 50년간 90% 이상 소멸했다. 지중해 연안은 1960년대 대비 해조류 서식지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북미 서부 해안에서도 대규모 해조류 감소가 보고되고 있어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해조류 소멸, 암반 백화 갯녹음 심각
탄소 흡수 못하고 어류 서식지 상실
바다숲 347㎢ 조성 생태계 복원 중
자연 기반 기후변화 해법 가능성 커
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의 해조류 바다숲은 연간 337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는 동일 면적의 열대 우림보다 5배 많은 양이고, 흡수 속도는 최대 50배 빠른 것이다. 최근에는 해조류가 녹더라도 해수 속 중탄산 이온(HCO₃-) 및 난분해성 용존유기탄소(RDOC) 형태로 장기 고정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는 미처 몰랐던 해조류의 높은 기후변화 대응 잠재력을 확인한 것이고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도 해조류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제62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 우리가 제안한 해조류의 신규 탄소 흡수원 인정 요청은 일본, 영국, 칠레 등 다수 국가의 지지를 확보했고, 오는 10월 말 페루 리마에서 열릴 제63차 IPCC 총회에서 공식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해조류 감소는 탄소 흡수 능력 상실뿐만 아니라, 어류의 산란장과 치어들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간 약 600억 원 이상의 어업소득 손실로 이어져 1ha당 어업 소득이 평균 40% 이상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렇듯 갯녹음 확산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 다양성 감소와 기후변화 대응 능력 저하라는 심각한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갯녹음의 원인은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과 해조류를 먹는 초식 동물의 과도한 섭식으로 알려져 있다. 수온이 오르면 해조류의 성장이 둔해지는 반면 어류, 성게류와 같은 초식성 동물의 먹이 섭취가 늘어나 해조류 군락이 쇠락한다. 그리고 과도한 연안 개발 및 산업·농업 폐수와 비점오염원에서 유입되는 영양 염류·중금속은 해조류 서식지 축소와 생장 저해 요인이 된다.
따라서 갯녹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육상에서는 하천 오염 저감과 비점 오염원 관리, 적정한 연안 개발 관리가 필요하고, 해양에서는 초식성 동물 개체수 관리, 해조류 이식, 수온 변화에 강한 고수온 내성 품종 개발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직접적인 바다숲 조성을 통해 해조 군락지 복원 및 서식 가능 면적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연안 263개소에 347㎢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해 왔고 2030년까지 540㎢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 조성된 바다숲만으로도 연간 약 11만 7000톤의 이산화탄소 흡수에 기여하고 있고, 이는 자동차 약 4만 9000대의 연간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자연 암반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진 해조류 해면 양식 기반을 활용한다면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리고 바다숲 사업으로 인한 탄소 흡수량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직접 기여하여 국민과 기업에 되돌아갈 것이다.
바다숲 조성은 단순히 바다 생태계 복원만 하는 것은 아니며, 해양 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여 어업 자원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탄소를 저장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자연 기반 해법이다. 이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기후 해법’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해조류 기반 바다숲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바다숲을 잃는다는 것은 수산 자원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바다의 생명력은 물론 미래까지 잃는 것이다. 갯녹음 확산이라는 침묵의 재앙 앞에서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