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아픈 손가락' 롯데건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위기설 딛고 반등 만든 세 단어 ‘선별·안정·르엘’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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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직격탄으로 위기
최근 부채비율 200% 이하 등 재무 개선
부산 르엘 리버파크 센텀 흥행으로 기대감
PF 우발채무, 신용등급 강등은 리스크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르엘 리버파크 센텀 부지 일대.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르엘 리버파크 센텀 부지 일대. 부산일보DB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롯데건설은 롯데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라 불렸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이후 한때는 ‘부도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는 등 위기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 경기가 수년째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롯데건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을까.

한국 대표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한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 부산일보DB 한국 대표 랜드마크 건물로 자리매김한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 부산일보DB

■레고랜드 사태 직격탄

본격적인 위기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롯데건설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촉발됐다.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자 그룹 차원에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000억 원을 직접 대여했고, 유상증자를 통해 총 6000억 원가량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의 계열사 롯데정밀화학도 3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했다.

그럼에도 위기설은 되풀이됐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11월 본 PF 전환을 하지 못해 계속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하던 대전 도안지구 사업장에서 30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해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자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부실 사업장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차원이었지만 우려는 커졌다. 지난해 연말에는 롯데건설 부도설이 증권가 ‘지라시’(정보지)로 돌기도 했다.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화젯거리가 됐다. 잠원동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옥은 1980년부터 사용돼 왔으며 자산 가치가 5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컨설팅 업체에 본사 부지 매각과 자체 개발,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옵션 선택에 따른 수익성 비교 분석을 의뢰했다. 본사뿐만 아니라 수도권 창고 자산과 임대주택 리츠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1조 원 규모의 자산을 유동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22년 이후 롯데건설은 재무 안정성 강화와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펼쳐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 우발 채무도 3조 원가량 줄였다”며 “당장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회사가 안정된 상황에서 자산 매각을 검토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검토에 착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200% 아래로

롯데건설은 점진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연결 기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92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0%가량 증가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197.8%로 작년 동기 대비 7%포인트가량 낮아져 200% 이하 수준을 달성했다. 건설사들은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하회하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설이 나돌던 때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40%가 넘기도 했다.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을 따지는 차입금 의존도도 27.3%로 20%대를 유지했다.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는 2조 9521억 원으로, 작년 전체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1조 9571억 원)을 반기 만에 크게 초과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409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매출은 3조 7485억 원으로 작년 대비 약 6.3% 줄었다.

■선별 수주 앞세워 정면돌파

롯데건설은 ‘선별 수주’를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곳저곳 다 발을 담그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분명한 핵심 사업장에만 시공사로 나서겠다는 말이다. 주택사업 매출 비율이 높은 건설 대기업인 롯데건설은 플랜트와 토목 사업을 겸하는 다른 건설사에 비해 건설 경기 침체의 타격이 컸고 이에 따른 우발채무도 높은 편이었다.

특히 부산의 공공기여 협상제 첫 사례인 르엘 리버파크 센텀이 지역 분양시장 침체를 뚫고 청약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롯데건설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감도 커진다. 지방에서는 최초로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이 적용된 이 사업은 공사비만 2조 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롯데건설이 서울 잠실미성크로바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을 통해 선보이는 ‘잠실 르엘’도 이달부터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분양가만 보면 18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지만, 시장에선 ‘로또 청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바로 옆 단지가 이미 30억 원대에 거래되면서 10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 역량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며, 이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에는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는 수준이지만 내년부터는 원가율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며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의 리스크를 단기간에 털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신용 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등급 낮췄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한신평은 “2022년 하반기부터 확대된 PF 보증 관련 유동성 리스크는 본 PF 전환, 담보대출 전환 등을 통한 적극적 감축 노력과 유동화증권 매입펀드 조성으로 과거 대비 완화됐다”면서도 “3월 말 연결 기준 PF 보증 규모가 3조 6000억 원으로 자기자본 및 보유 유동성 대비 과중한 PF 우발채무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룹 주력사들의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못하거나 건설사들의 비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지속될 경우 PF 유동화증권과 회사채 등의 차환 및 상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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