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도중 통한의 죽음… 역사에 새겨 기억하겠습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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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80주년
내달부터 정부 차원 첫 추모 행사
강제동원역사관 80여 일 특별전
피해 유족들 개막 역할 '참여형'
사진·영상·구술 자료도 전시
유해 송환 문제 등 환기 계기로

지난 10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기억의 터'를 찾은 김자야(79) 할머니가 아버지인 고 김복경 씨의 위패를 쓰다듬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지난 10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기억의 터'를 찾은 김자야(79) 할머니가 아버지인 고 김복경 씨의 위패를 쓰다듬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이렇게 이름 석자라도 모셔 둘 수 있어서 감사하지… 낳아주셔서, 이 좋은 세상 구경 잘했소.”

지난 10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기억의 터’를 찾은 김자야(79) 할머니가 아버지인 고 김복경 씨의 위패를 어루만지며 이같이 말했다. 말을 잇던 김 할머니는 한순간 감정이 북받치는 듯 숨을 가다듬기도 했다.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으로 희생된 김복경 씨의 딸인 김 할머니는 이날 유족 사진을 기록해 전시하는 역사관 특별 전시 ‘귀환’의 사진 촬영에 참여하기 위해 역사관을 찾았다. 그는 “작년에 건강이 안 좋아 한 번도 아버지를 못 뵀는데, 올해 이렇게 아버지를 뵐 수 있게 돼 참 반갑다”며 심경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유족의 사진과 기록을 공식적으로 남기는 추모 행사가 전국 최초로 부산에서 열린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다음 달 11일부터 10월 말까지 4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귀환’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돌아온, 남겨진, 그리고...’를 부제로 열리는 전시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의 해방과 귀환, 귀환 이후의 삶, 그리고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회한을 담는다.

김자야 할머니의 아버지 김복경 씨는 일제강점기 해방 3개월을 앞두고 일본에 강제로 동원됐다. 김 할머니가 태어나기 2주 전, 김 씨는 해방과 함께 귀국선 우키시마호를 타고 돌아오던 중 목숨을 잃었다.

김자야 할머니가 유족 사진 기록 전시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손희문 기자 moonsla@ 김자야 할머니가 유족 사진 기록 전시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손희문 기자 moonsla@

김 할머니는 돌을 막 지나던 무렵 어머니와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헤어졌고, 이후 큰아버지 손에 자랐다. 이후 9~10세 때 친척들로부터 아버지가 우키시마호 희생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김 할머니는 “당시에는 뭘 몰랐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며 “아픈 역사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져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해방과 귀환의 여정 △귀환 후 삶과 사회적 방치 △미반환 유해 문제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김자야 할머니를 비롯해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 5명의 사진과 함께 피해자·유족의 구술, 역사관이 수집한 유물과 사진·영상 자료가 전시된다.

개막식은 다음 달 1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특히 개막식에서는 유족이 전시장 입구에 자신의 사진을 직접 게시하며 전시의 문을 여는 참여형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피해자 가족이 전시를 함께 연다는 취지를 담았다. 형식은 최소화하고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 징용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향했던 ‘해방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 24일 일본 마이즈루항 인근 해상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사건 당시 전체 승선자 3700여 명 중 한국인 희생자가 524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인 생환자와 사망자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고, 승선자 8000여 명 가운데 한국인 희생자만 수천 명에 이른다고 맞서왔다.

이번 전시는 행정안전부의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 확인과 추모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역사관은 광복 80주년과 함께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번 특별 사진전을 준비했다.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반선영 유물홍보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와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 문제를 함께 조명할 계획”이라며 “이번 전시가 유족 한 분 한 분의 기억을 역사로 남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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