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기자의 부산 후일담] 뜨거운 응원·키스 타임… 달라서 흥미로운 韓 야구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첫 관람
열성팬 주도 아닌 응원전 ‘눈길’
부산에 부임한 이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화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부산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다. 일본에 있을 때는 지인이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티켓을 줄 때 정도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그것도 1년에 1~2번 정도였다.
“올해 롯데는 강해요. 응원 열기도 대단합니다.” 그런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롯데 경기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 인기가 너무 많아서 표를 구하기 어렵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그러던 지난달 중순, 운 좋게도 마침내 야구장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구단과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이 기획한 한일 공동 관람 행사 덕분이었다.
경기는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였다.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초대된 인원은 부산일본인회 회원과 일본에서 온 유학생, 부산에 있는 한일 교류 단체의 구성원 등 약 220명으로, 모두 롯데의 빨간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야구장에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은 일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놀란 것은, 관중석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한마음으로 큰 소리로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에서는 일부 열성팬들이 만든 응원단이 중심이 되어 응원을 이끄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산에서 만난 지인들은 “응원 소리에 깜짝 놀랄 거예요”라고 말해줬지만, 실제로는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선수마다 다른 응원가와 구단 응원가를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전력으로 불렀고, 땅이 울릴 정도의 큰 소리였다. 게다가 노래에 맞춘 율동도 거의 완벽하게 모두가 따라 하고 있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경기 중간 야구장의 대형 스크린에 비친 남녀 커플의 ‘키스 타임’이었다. 커플이 차례로 화면에 잡히고, 키스를 하면 관중들이 열광했다. 이런 광경은 처음 봐서 너무 놀라 한동안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는 관객으로서 부끄러워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한편, “이 둘이 커플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키스 타임’은 미국 등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였다. 부산일보 선배 기자는 “화면에 잡힌 관객이 춤을 춰야 하는 ‘댄스 타임’도 있다”고 설명해 줬다. 일본에서는 이런 이벤트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만약 필자가 화면에 비친다면 몸이 굳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첫 야구 관람은 끝이 났다. 이웃 나라지만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함께 관람한 지인은 “한국에서는 경기를 보러 온다기보다, 응원하는 자체를 즐기러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그 말 그대로였다. 그날 경기는 졌지만, 한국 친구들과 함께 한국의 야구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한 이 귀중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루타 미즈호 서일본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