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서 실리 챙긴 우크라… 트럼프 회동·유럽과 러 침략 특별재판소 설립 합의
미-우크라 50분 회담서 미 방공 체계 구매 논의
트럼프 “패트리엇 미사일 제공 검토해 보겠다”
젤렌스키, 평소 입던 군복 대신 검은 재킷 입어
유럽평의회와는 러 전범 재판 특별재판소 협정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리를 챙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처럼 우크라이나가 나토 정상회의의 중심은 아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0분 회담에서 미국의 방공 시스템 구매 논의했고 유럽과는 러시아의 침략 책임이 있는 고위 관계자를 회부하는 특별재판소 설립에 합의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두 달 만에 마주 앉아 50분간 정상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이후 X(옛 트위터)에 “우리 도시와 국민, 교회,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방공 시스템 구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이 장비를 구하고 미국 무기제조업체들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 유럽도 도울 수 있다”며 “우리는 드론 공동 생산 가능성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무기 추가 구매를 타진해 왔다.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외교 성과를 자찬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은 매우 구하기 어렵지만,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발언했다.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도시에 쏟아진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는 확실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전쟁은 다른 전쟁보다 까다롭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12일 만에 휴전을 맞이한 것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쉽게 휴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선 2월 백악관 회담에서 군복을 입어 격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어두운 색깔 재킷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4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전 약 15분간 독대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성사됐다.
이어 프랑스로 날아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럽평의회와 우크라이나 침략 범죄에 대한 러시아 고위 관계자를 법정에 세우는 특별재판소 설립에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알랭 베르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평의회 본부에서 이 협정에 서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 합의는 그 시작일 뿐이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러시아 전범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강력한 정치적·법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이를 지도한 러시아 지도부를 국제법으로 기소하기 위한 특별재판소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46개국이 회원으로 있는 유럽평의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 보호와 법치주의 수호를 위해 설립됐다.
여러모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실리를 챙긴 우크라이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번 성명은 러시아가 유럽과 대서양 안보에 장기적인 위협이라는 점은 지적했지만, 과거 성명과 달리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개별 회담을 통해 나토 의장국 네덜란드로부터는 무인기와 무인기 격추용 레어더 등 군사 지원을 약속 받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이자에서 나온 7000만 파운드(약 1302억 원)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방공 미사일 350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