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한국 경제 ‘역성장’… 3분기 만에 또 '뒷걸음질'
1~3월 GDP 성장률 -0.2% 집계
한은 전망치보다 0.4%P 낮아
계엄·탄핵 정국 속 소비 부진
트럼프 2기 출범에 투자 감소
2분기 실적은 소폭 개선 가능성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건설·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 속에 전 분기보다 뒷걸음쳤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성장 후퇴’라는 쇼크를 받은 셈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연간 경제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P)나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곧바로 2분기 -0.2%까지 떨어졌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치는 등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다가 결국 다시 역성장의 수렁에 빠졌다. 한은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 정책 예고에 따른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을 지연시켰다”며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일부 건설 현장 공사 중단,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발생하면서 성장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전 부문에서 감소세가 나타났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먼저 지난해부터 위축됐던 소비는 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직전 분기보다 0.1% 감소했고,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뒷걸음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출범에 따른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며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3.2%나 줄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축소됐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 역시 화학제품·기계·장비 등이 고전하면서 1.1% 감소했다. 다만 수입도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중심으로 2.0% 함께 줄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 -0.4%P, -0.2%P를 기록하며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내수와 순수출(수출-수입)로 나눠 보면,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전체 내수는 0.6%P 성장률을 주저 앉혔고, 순수출은 오히려 0.3%P 끌어올렸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가스·증기·공기 조절공급업을 중심으로 7.9% 성장했고 농림어업도 어업 호조로 3.2% 늘었다. 제조업은 화학물질·화학제품·기계·장비 등 위주로 0.8% 감소했고, 건설업도 건물건설 부진과 함께 1.5% 줄었다. 서비스업(0%)의 경우 금융·보험·정보통신업 등은 늘고 운수업·도소매·숙박음식업은 줄면서 전체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작년 4분기보다 0.4% 감소했다. 다만 한은은 2분기에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금리 인하 효과 등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CNBC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폭 관련 질문에 “경제·통상 관련 장관들이 내일 미국과 회담하는데, 그 이후에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통상 갈등이 심해질지 약해질지와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 등을 봐야 하기 때문에 미리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