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요충지’ PK 후보 주목도는 미미… 지역 정치 입지 ‘흔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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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PK 필승론’ 통용
민주화 이후 대통령 가장 많아
대선 주자 중 PK 출신 총 4명
홍준표·안철수·김경수·김두관
경쟁자들 비해 주목도 떨어져

조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꼽혀온 부산·울산·경남(PK)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달리 부울경 출신 후보들의 주목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앙 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진 PK 정치의 현실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PK는 진영을 막론하고 전략적 요충지로 꼽혀왔다. 비수도권을 제외한 권역 중 가장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스윙 보터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PK에서 최소한 30~40%를 득표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그래서 부울경 표심을 잡는 후보가 대권을 잡는다는 ‘PK 필승론’이라는 말도 정가에서는 통용된다.

이 때문에 PK에 지역 연고를 두고 있는 정치인들이 문민 정부 출범 이후 집권에 성공한 사례가 다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1992년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7명 가운데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 3명이 부울경 출신이다. PK가 민주화 이후 전국에서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권역인 셈이다.

그러나 오는 6월 3일 진행되는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만큼은 부울경 주자들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20명 안팎의 후보 가운데 PK 출신은 보수의 경우 홍준표(경남 창녕)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안철수(부산) 의원, 진보에서는 김경수(경남 고성) 전 경남지사와 김두관(경남 남해)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이들 중 홍 시장의 경우 대구시장 재임 기간 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적극 낸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선제적으로 출마를 선언하며 주도권 싸움에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8일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승민 전 의원에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며 위기감이 감지된다.

뉴스1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선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결과를 보면, 홍 시장은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11%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수치다. 해당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은 16%, 유 전 의원은 15%로 집계됐다.

같은 진영인 안 의원의 경우 이날 네 번째 대권 도전이자 국민의힘 주요 주자 가운데 대선 출마를 처음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지지율은 같은 조사에서 7%에 그치며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잠룡도 비슷한 처지다. 지사 시절 부울경 메가시티 전도사로 불리며 지역 내 탄탄한 기반을 형성했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독주가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전 중이다. 이번 주 중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그간 행보와 달리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 점도 낮은 지지율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날(7일) 출사표를 던진 김두관 전 의원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처럼 PK 출신 후보들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부울경의 정치 위상와 연결 짓는 시선이 존재한다. 21대 국회 이후 부산, 울산, 경남 출신 정치인들 가운데 당대표나 원내대표, 국회 의장단 등 주요 자리에 오른 이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유일하다.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비수도권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줄어든 까닭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 중에서도 PK 정치 입지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이에 대해 부울경 정치권 관계자는 “부울경 정치인들이 앞으로 어떤 정치를 펼쳐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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