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견 건설사 또 기업회생 신청… ‘도미노 위기’ 현실화
부산 30위 이내 기업 D건설사
PF 대출 연장 난항에 어려워져
신규 사업 침체에 하도급도 영향
부산·경남 중견 건설사에 이어 부산서 30위 안에 드는 건설업체도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지역 건설업계에 ‘4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의 특단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라 입을 모은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 D건설사는 지난달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업체 측은 “부동산 PF 연장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며 “협력 업체들에는 대금을 다 지불했고, 이번 유동성 위기만 잘 넘기면 추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 건설사들은 줄이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반얀트리 호텔 화재 사건의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삼정기업은 시공능력평가액 2357억 원 규모로 부산 8위, 전국 114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있는 업체다. 화재 사건이 도화선이 됐지만, 그 전부터 2500억여 원의 미회수 채권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부산 7위 업체인 신태양건설은 지난해 11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주로 도맡았던 경남 2위 건설사 대저건설도 지난 2월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건설업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역 중견 업체들은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웅크리며 자산을 지키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지금 같은 불황에는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이자 비용만 내며 극단적 상황에 내몰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선까지만 위기를 넘겨내면 업황 반전이 있으리라 막연히 기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 경기 선행지표와 동행지표가 모두 하락하면서 건설 경기 부진이 올 상반기까지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1월 건설 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5.1% 감소했고 건축 허가 면적과 착공 면적도 각각 33.2%, 32.6% 줄었다. 건설기성(시공한 공사 실적)도 26.8% 감소했다. 건정연 박선구 실장은 “1월에 확인한 지표로 볼 때 건설 업황이 매우 부정적”이라며 “올해 선행지표의 가시적 반등이 없으면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합 건설사들만 바라보는 지역 하도급 업체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지역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떨어지며 공사 일감이 줄었고 공공 부문 수주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심도 공사 등 대형 토목 사업의 경우 1군 건설사가 수주해 수도권 협력 업체가 하도급 일감을 싹쓸이하는 실정이다.
부산전문건설협회 왕재성 사무처장은 “부산에는 현장이 줄어 일거리가 급감했고, 이는 오롯이 전문건설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매일 같이 회원사들이 협회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는 실정”이라며 “현금이 돌지 않아 직원 급여를 챙겨주기도 어려운 업체가 적지 않다. 정부나 지자체의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