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부산시의 외국 명성 의존, 득일까? 독일까?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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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 분관 유치·'특건' 사업 반응 냉담… 자율성 우려

퐁피두 부산 분관 유치 과정 불투명
비밀협정서 굴욕적인 내용 너무 많아
명분·실리 이미 상실… 중단 주장도

‘특별건축’ 특정 사업 허가 들러리 비판
지역 건축에 자극제 됐는지 의문

외부 자산 활용 일방적 강요 안 돼
부산만의 문화 매력 잃을 위험 높아
스스로 역량 키워나가는 자세 필요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는 추진 과정부터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 분관이 들어설 부산 남구 이기대 어울마당 일원과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왼쪽부터). 작은 사진은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인 영도 콜렉티브 힐스, 남천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남포동 하버타운(위에서부터) 조감도. 부산일보DB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는 추진 과정부터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 분관이 들어설 부산 남구 이기대 어울마당 일원과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왼쪽부터). 작은 사진은 부산시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 대상지인 영도 콜렉티브 힐스, 남천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남포동 하버타운(위에서부터) 조감도. 부산일보DB

지난해 부산 문화판엔 두 개의 큰 움직임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 움직임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지에 대한 외국 유명 건축가의 설계 참여였다. 공통된 점은 ‘외국 명성으로부터의 수혈’이었다. 이를 두고 부산시는 “이는 일종의 외부로부터의 자극 요법으로, 문화적으로 더 풍부한 도시를 만들려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이나 방식이 무작정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 분관 유치 비밀협정서 ‘의문’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는 도시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특정 도시가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산시는 퐁피두 센터 분관이 도시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는 스페인 항구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도시 경쟁력을 높인 사례(빌바오 효과)처럼 퐁피두 센터 분관 유치 역시 이와 유사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는 추진 과정부터 투명하지 못했다. 지역문화위원회와 시의회 심의 과정, 예술인과의 협의 과정 등이 없거나 비공개로 진행됐다. 퐁피두 측과 체결한 비밀협정서(양해각서)는 너무도 불공정하다. 협정서에는 부산시가 퐁피두 분관을 지어 주고 이를 퐁피두가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는 미술관 건축에 필요한 재개발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퐁피두는 아무런 부담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계약 기간도 5년으로 한정돼 있다. 협정서가 프랑스어와 영어로만 작성된 점은 문화 주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이 외에도 협정서에는 굴욕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 세세히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이런 허술함과 문화 주권을 포기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부산 분관 유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어떤 명분이나 실리도 이를 앞설 순 없다. 협정서에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기본 계약을 하지 않으면 협약이 자동 폐기된다고 명시돼 있다.

■ “특정 지역 사업 허가 들러리”

지난해 부산시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기획설계를 통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창의적인 건축물을 건립하고자 특별건축구역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시범사업 대상지로 3곳을 최종 선정했다. 부산시는 애초 특별건축구역 사업지 내 외국 유명 건축가의 설계 참여를 통해 부산을 문화적·건축적으로 더 풍부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나아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설계를 통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부산시가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빙해 건축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것은 이해할 만하다. 지역 공공 건축물이나 공동주택 등이 여전히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국의 유명 건축가와 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은 되지 못한다.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 이후 반응도 미지근했다. 디자인 면에서 기대 이상의 작품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상지에 초고층 건물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심지어 “이러려고 외국 건축가와 협업했나” “왜 외국 건축가와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특정 지역 사업 허가를 위한 들러리 행사’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동시에 지역 건축가의 역할 감소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특별건축구역 인센티브가 잘못 사용될 경우 도시 경관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결과적으로 부산 도시 건축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세계 유명 건축가를 초빙해 특별건축구역을 설계하는 사업은 퐁피두 부산 분관 유치와 마찬가지로 부산시의 깊은 성찰과 고민을 요구하고 있다.

■ 자체적인 문화 역량 키우는 데 방해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유치와 세계 유명 건축가를 초빙한 특별건축구역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은 부산시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과 같은 프로젝트는 단순히 문화적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부산 시민들의 일상적인 문화 향유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퐁피두 센터가 부산에 들어서면 세계적인 예술 전시와 문화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산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일상적인 문화생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되레 시민들의 문화적 소외를 초래할 위험도 높다.

외부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부산의 도시 공간에 삽입될 경우 그것이 부산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이 부산 시민들의 생활과 가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는 단기적인 관광 효과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건축이 아니라 외부의 시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형태로 나아간다면, 부산은 부산만의 독특한 문화적 매력을 잃을 위험이 크다.

외국의 유명 건축가와 문화기관 유치 전략은 부산이 자기 주도적인 문화 산업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부 자원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부산의 문화와 건축 역량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지역 건축가들의 기회가 제한되고 부산만의 독자적인 정체성과 특성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지나치게 외부 자원이나 명성에 의존하면 부산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 문화의 자발성 키워나가야 할 때

일본 현대 건축을 이끈 건축가로 평가받는 단게 겐조(1913~2005)는 1960년 증가하는 도시 인구 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도쿄 도시계획 1960’을 제안했다.

이 계획은 도쿄만 바다 위에 기둥을 세워 2만 5000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모듈식 건물을 짓는 메타볼리즘 계획이었다. 메타볼리즘은 세계가 일본의 현대 건축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든 건축 운동이다. 건물을 하나의 유기체 생물로 보고 건물도 성장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1970년대 이후 일본 건축가들은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혀 국제공모대회를 통해 도시 설계와 연계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선보인다. 이는 일본 건축이 서구 건축의 일방적 수용에서 벗어나 독자적 길을 찾은 계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이 운동이 오늘날 일본이 건축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가 되는 데 기초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문화는 외부의 영향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성이 중요하다. 외부 문화기관과 유명 건축가들이 부산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부산이 진정한 문화적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없다. 1960년대 일본의 건축가들처럼 우리도 부산만의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문화인과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부산의 문화 주권이 확립되고 그 쇠퇴를 막을 수 있다. 부산 스스로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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