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예산부터 차포 뗀 부산 거점 항공사 지원 조례
9월 본회의 통과 시행 들어갔으나
국제선 신규 개설 지원 사업비 등
본예산 편성 과정서 대거 누락돼
부산시 정책 후순위로 밀려난 듯
시의회 반발 눈치 등 후문만 무성
부산시가 ‘부산 거점 항공사 육성에 관한 조례’(부산일보 1월 14일 자 1면 등 보도)를 제정하고도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신규 예산 대부분을 편성하지 않아 지역 거점 항공사 육성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시행 첫해부터 무늬만 조례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부산 거점 항공사 육성에 관한 조례는 지난 7월 한 달간 입법 예고를 거친 뒤 8월 30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가결, 지난달 9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달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례안은 2029년 예정인 가덕신공항 개항에 대비하고 급증하는 동남권 항공 수요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역 거점 항공사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에어부산 살리기에 앞장서온 지역 사회는 부산에 본사를 둔 여객·화물 항공사를 지원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례안 시행을 의미 있게 평가했다.
하지만 시가 내년도 본예산에 부산 거점 항공사 지원과 관련한 신규 예산 대부분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조례가 시행 첫해부터 추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조례안 심사 당시 시가 제출한 내년도 거점 항공사 육성 관련 예산은 21억 원 규모였다. 조례 제정에 앞서 지원 중인 부산 지역 항공인력 인턴십 지원 사업(3억 원)을 포함해 △국제선 신규 개설 지원사업 10억 원 △운영 안정화 지원사업 4억 5000만 원 △안전 증진 지원사업 8000만 원 △항공노선 개발 전략 수립 연구용역 3000만 원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문제는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제선 신규 개설 사업에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은 데 있다. 국제선 신규 개설 사업은 타 항공사와의 경쟁 비용을 줄이고 부산발 중장거리 국제 여객·화물 노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 조례의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지역 거점 항공사는 물론 김해국제공항과 향후 가덕신공항의 동반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 확보가 필수지만 시행 첫해부터 예산에 발이 묶인 것이다.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된 사업은 기존의 인턴십 지원사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규 사업은 운영 안정화 지원(이주지원금), 항공 안전 비용, 현지 마케팅 등 육성 지원사업(1억 8800만 원)과 항공노선 개발 전략 수립 연구용역(2000만 원)이 전부다.
관련 신규 예산이 본예산에 대거 포함되지 못하면서 가덕신공항 개항에 대비한 부산 거점 항공사 육성이 시 주요 정책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가덕신공항 관련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시민공감 이지후 이사장은 “가덕신공항이 부산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최고 인프라로 자리잡기 위해선 부산 거점 항공사에 대한 시의 충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며 “시행 첫해부터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하지 않는 것은 지역 거점 항공사를 선점해 육성하고자 하는 시의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조례안 가결을 둘러싸고 시의회 내부 반발이 있었던 만큼 시가 조례 제정에 따른 거점 항공사 지원 필요성을 적극 설득하는 대신 시의회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시의회 조례 가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기업의 기업결합 이슈로 인해 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앞날이 불투명해 의미 없는 지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 탓이었다. 에어부산의 존치 여부가 결정된 이후 조례를 의결하자는 의견과 지역 거점 항공사 지원 길을 우선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1시간여 간 가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시의회 김재운(부산진3) 건설교통위원장은 “지역 거점 항공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며 “부산을 거점으로 한 항공사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철저한 예산 심의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전체 예산을 놓고 조율 중이어서 지금 예산 규모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 말께 구체적인 예산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동남권관문공항추진위원회와 시민공감 등 신공항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르면 이달 말 송상현광장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과 관련한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지역 거점 항공사의 존치 필요성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부산 방문에 맞춰 성명서를 내고 국회와 정부가 거점 항공사 확보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