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영화상 2024] 최우수감독상 '서울의 봄' 김성수 “옥상에서 떨며 봤던 그날의 기억도 살렸어요”
부일영화상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김성수 감독은 영화 ‘서울의 봄’을 ‘행운’이고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운 극장 상황에서도 관객 1312만 명을 모았고,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부일영화상 수상을 기뻐하며 “우리 배우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스태프들의 덕이 크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군사 반란을 다뤘다. 긴박하게 흐르는 일촉즉발의 9시간을 김 감독이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스크린에 그려냈다. 실제로 사건의 주 무대인 육군참모총장의 한남동 공관 근처에 살았던 김 감독은 그날 사태의 편린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독은 “옥상에서 덜덜 떨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1995년 5공 청산이 이뤄지면서 뒤늦게 알려졌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의 분노와 속상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맙게도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제 생각대로 시나리오 수정 방향을 정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실제로 있었던 우리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인 만큼 김 감독은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 김 감독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할 땐 그 이유가 명료해야 했다”며 “영화에선 하나의 세력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세상에선 늘 그런 일이 벌어진다. 욕망의 논리에 현혹된 사람들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 있는 역사적 사건을 통시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 관객들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