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걸림돌 될 명품백 무혐의, 계속 덮을 일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는 ‘김 여사 의혹’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민심 직시해야
검찰이 2일 오후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끝내 무혐의 처분한 데 따른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데,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오욕의 날”이라며 비판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서울의소리 측도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개탄의 목소리는 야권이나 특정 시민단체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처분은 검찰 스스로도 밝혔듯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검찰에게서 공정과 상식을 바랐던 국민으로선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의도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나왔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올해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위헌·위법적인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김 여사의 혐의를 적극 따지지 않은 채 종결하고, 그 대안으로 요구되는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차단하는 모양새가 됐다. 국민 눈에 바람직해 보일 리 없다.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한 국가권력의 사유화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명품백 수수 외에도 김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의혹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불어난다. 초기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집중 부각됐는데, 이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용산 대통령 집무실 리모델링 수의계약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엔 국민의힘 총선 공천 개입과 당무 개입 의혹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돼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형편인데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소되는 게 없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여사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이 격화하면서 국정이 마비 상태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은 그냥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내용이 폭로되는 마당에, 이번 명품백 무혐의 결정처럼 각종 의혹들을 유야무야 하는 식으로 처리한다면 민심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 여사 문제는 이미 국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심은 김 여사 의혹들에 대한 엄정한 규명을 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은 60%가 넘는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