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언제 오냐고 우는 아이들" 해병대 부사관의 만취 역주행에 무너진 가정
지난 추석 연휴 해병대 부사관의 음주 역주행으로 가장을 잃은 유가족이 애끊는 고통을 토로하며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사고 피해자가 자신의 친동생이라고 밝힌 A 씨는 지난달 30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청원글 작성자 A 씨는 "동생은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렸다. 사고 이틀 전날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서울로 이사를 하며 아내, 두 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며 "(그러나) 한 남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가정이 대한민국에서는 '흔한' 음주운전으로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고 비통해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부사관인 가해자는 과거 음주운전 등으로 군 재판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고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인 그에게 왜 다시 운전대를 잡게 했나. 왜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나"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동생을 잃은 슬픔으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A 씨는 "올케는 얼굴과 발에 멍이 가득한 채로 동생의 장례를 치렀고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냐고 매일 울며 묻는다"며 "(아이들과 올케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서울집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동생은 없다. 아내와 두 아이, 장인, 장모님을 지켜내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가해자도 없기에 벌을 물을 수도 없다"며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음주 운전 처벌법을 더욱더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3일 오후 4시 기준 7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16일 오전 1시 30분께 강원 영월군 영월읍 영월 2터널 내에서 카니발 승합차와 셀토스가 정면충돌했다. 셀토스 운전자였던 20대 B 씨가 역주행하다가 마주 오던 승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던 것. 이 사고로 30대 카니발 운전자와 B 씨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또 카니발에 타고 있던 일가족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사에 따르면 B 씨는 동영월교차로에서 사고 지점까지 4km가량 역주행했다.
경찰과 도로 당국은 동영월교차로에서 역방향으로 잘못 진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해 동영월교차로에 '우회전 금지' 표지판을 고속도로 표지판 크기와 같은 크기의 것으로 설치했다.
그럼에도 잘못 진입한 B 씨는 편도 2차로 도로를 달리다 왕복 2차로 터널에 진입한 뒤 사고를 냈다.
B 씨는 현직 해병대 부사관으로, 사고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역주행 차량을 운전한 해병대 부사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0.08% 이상)라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