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기 백수' 청년 증가세, 맞춤형 일자리 대책 시급하다
'쉬었음'·'6개월 이상 실업' 각각 늘어
사회 지속 가능성 차원 면밀 대책 필요
언제부턴가 청년 취업 통계에 ‘쉬었음’ 지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실업자는 구직 노력이라도 하지만, ‘쉬었음’은 일을 하지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쉰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의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8월 대비 13.8%P 증가한 46만 명이다. 직전 6월 42만 6000명, 7월 44만 3000명과 비교해도 확연한 증가세다. 자포자기의 상황에 빠져 세상과 담을 쌓은 채 고립과 은둔으로 빠져드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건 막아야 한다. 학업을 끝냈는데 사회로 진출하는 경로가 없다면 정상 사회가 아니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한다.
‘쉬었음’ 인구는 자발적인 구직 단념 상태로 볼 수 있다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장기 실업 상태에 놓인 청년층도 덩달아 늘고 있어서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 4000명인데,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 중인 경우가 11만 3000명(20.0%)이었다. 실업자 5명 중 1명이 ‘장기 백수’인 셈이다. 장기 실업자 비중은 IMF 구제금융 시기인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연령별 비중으로 보면 15∼29세 32.4%, 30대 23.3%로 ‘장기 백수’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무려 55.7%를 차지했다. 자발적, 비자발적인 이유가 섞여 청년 세대가 일자리 밖으로 떠밀려 나가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다. 청년 세대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부산 주요 기업 상당수가 소규모 수시 채용에 나서거나 예년에 비해 공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규직 일자리 감소 등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 같은 현장은 젊은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이다. 군대식 조직 문화 등 요인으로 취업을 기피할뿐더러 입사해서도 중도 하차가 다반사라서다. 2030 취업자 비중은 17%로 급감했고 남은 건 중장년층과 외국인 노동자뿐이다.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일자리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근 청년 고용률이 높지만 수치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고용과 포장·운반·청소·하역 등 단순 노무직 증가세가 두드러져서다. 또 ‘쉬었음’ 인구는 실업률에서 빠져 고용률이 착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취업을 단념하거나, 구직 활동 중인 청년 인구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고 있는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미취업 상태가 지속되면 경력 단절로 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경제 활동에 애로를 겪으면서 결혼과 출산, 주거에 여유로운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하다. 청년 세대의 취업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걸린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