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다니지 못하는 어도? ‘유명무실’ 논란
하천재해예방사업 일환으로 설치
10여 개 중 상당수가 제 기능 못해
전국 어도 3개 중 2개 개보수 필요
경남 진주시에 설치된 한 물고기 하천 생태통로 ‘어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가 상류로 올라가려면 물이 있어야 하는데, 어도에 물이 흐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무실한 어도가 많은 만큼 관할 기관의 세심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반성천 일대에 송곡·반성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이 진행돼 지난해 10월께 마무리됐다. 말 그대로 하천에 물이 잘 흐르도록 만들어 재해를 예방하는 건데,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제방을 높이고 하천 폭을 넓혔다.
여기에 당시 사업을 통해 반성천 일대 10여 개 보에는 모두 물고기 길인 ‘어도’가 설치됐다. ‘내수면어업법 제19조의2 제3항’을 보면 하천의 물 흐름을 차단하는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려는 자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협의해 하천의 일부를 개방하거나 어도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전부터 만들어져 있던 보지만 재해예방사업을 통해 수로를 새로 낸 만큼 어도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어도 가운데 6개 이상이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고기 길인데 정작 물이 흐르지 않아 물고기가 이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마을주민은 “어도에 물이 흐르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물이 흐르지 않는데 무슨 물고기 길인가. 공사를 했으면 물이 흐르는지 흐르지 않는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는 공사다”고 지적했다.
어도는 원래 물고기 산란과 성장을 위해 조성한다. 또한, 수서생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 하천 생태계를 보전하고 종 다양성을 유지한다. 어도는 일반적으로 ‘계단식’과 ‘도벽식’, ‘아이스하버식’, ‘버티컬슬롯식’ 등 4개 표준 형태로 구성되는데, 반성천은 이 가운데 ‘아이스하버식’으로 조성됐다. 물이 넘치는 월류벽과 비월류벽을 가지고 있어 어도 내 유량 변화가 크지 않고 물고기가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다른 형태에 비해 설치와 유지관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반성천 어도 역시 시공 상의 문제로 현재 물을 유도하지 못하는 있다. 심지어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날은 지난 9월 24일 경남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온 직후였지만, 불어난 수량에도 어도에는 여전히 물이 흐르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 물고기가 다니는 수중 통로 일부는 각종 퇴적물이 쌓여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당시 공사 관계자는 “문제점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다. 물이 유도돼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어서 보수를 해야 한다. 5~10cm 정도만 커팅을 해도 유도가 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렇게 하려면 물이 바짝 말라야 공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 역시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반성천 어도에 대한 문제점은 인지한 상태”라며 “어떻게 보수를 하면 좋은지 감리단 의견을 받고 올 겨울에는 어도에 물이 흐를 수 있게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설치가 잘못돼 유명무실해진 어도는 반성천뿐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어도는 5582개로, 이 가운데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 어도는 전체 32%인 1788개에 불과하다. 또한, 기능 불량 또는 미흡 등으로 인해 개보수가 필요한 어도는 3759개(67.3%)로 전체 어도 3개 중 2개가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울경 지역의 경우 어도는 총 1113개로, 이 가운데 794개(71.3%)가 개보수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불량 어도가 판을 치자, 해수부는 지난해 어도 효율성 확대를 위한 ‘제3차 어도종합관리계획’을 발표하고 관리에 나선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도의 실질적 관리를 위해 관리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등 어도 설치 지역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불량·미흡 어도를 조속히 개선할 수 있도록 어도 개보수 예산 확대와 사후관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