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블랙 먼데이와 금투세 불안감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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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경제부 블록체인팀장

8월 5일 주식 대폭락 심리적 이유 커
과도한 우려 자가발전해 현실되기도
금투세 반대 여론 심각한 공포 조성
유예 시 시장 불균형 개선 뒤 도입해야

지난달 5일 국내 증시는 말 그대로 ‘블랙 먼데이’였다. 코스피가 전날 대비 8.77% 내렸고, 지수가 234.64나 빠졌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200 이상 빠진 것은 국내 증시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하루 8.77%라는 낙폭도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 -9.44% 이후 16년 만의 최대치였다.

그날의 유례 없는 하락세를 야기한 몇 가지 배경은 있다. 미국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금리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때마침 AI 관련 빅테크 열풍도 식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를 다 합쳐도 저 정도 낙폭을 설명할 수는 없다.

블랙 먼데이의 이유로 제시된 것들은 따지고 보면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준의 악재들이었다. 다만 묘하게 나쁜 소식들이 겹쳐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투자자들은 “큰일이 났나”라며 겁을 먹고 매도를 시작하자, 공포감은 전염됐고, 정말 큰일로 번져버렸다. 다행히 심리적 이유가 결정적이었던 폭락이었기에, 다음날부터 주식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괜히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 1929년 미국 월가 대폭락, 2000년 IT버블 붕괴 등도 심리적 이유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 정도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는데, 시장의 공포감이 파장을 극대화했다는 거다. 심리적 이유가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과도한 공포가 때때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가 우려된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으로 5000만 원 이상을 벌면 소득의 20%를, 3억 원을 넘게 벌면 25%를 세금으로 내는 게 핵심이다. 주식으로 5000만 원 이상 버는 이는 매우 드물기에, 실제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그리 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투세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며, 상황이 변했다. 세금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을 넘어, 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심지어 금투세의 대상이 아닌 기관이나 외국인의 투자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돌았다. 경제적 여건이 다른 대만의 사례를 가져와 금투세를 도입하면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연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금투세 반대 여론에 끌릴 수밖에 없다. 일단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감이 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사안을 따지기 힘들다. 이제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 같다. 금투세 도입이 곧 시장의 몰락이라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실제로 야당 내에서 금투세 유예 가능성이 언급되면 덩달아 코스피가 올라가는 등 이미 금투세 논란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강행되면, 많은 개인투자자가 겁을 먹고 시장을 미리 떠나고, 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회복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말한 일이 아니어도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게 주식 시장이다.

공포감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금투세를 도입하려는 이들이 사안의 민감성을 가볍게 본 것이다.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 대중은 극도로 예민해질 수 있다. 그만큼 충분히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투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너무 작고 부실했다. 반면 금투세를 반대하는 이유들은 더 빨리, 더 많이 시장에 퍼졌다. 도입에 필요한 제대로 된 준비가 없었던 것이다.

금투세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자체의 문제도 컸다. 장기 투자나 건전한 투자를 유도하는 식으로 세법을 개정할 수도 있었다. 20%, 25%라는 세율도 정교하게 계산됐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예민한 문제를 다루는 개정안이지만, 대강 만들어진 느낌이다. 금투세 지지자들도 지금의 개정안은 손 볼 곳이 많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어쨌든 지금 정치권이나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정치적 계산을 따져봐도 민주당이 굳이 금투세를 강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예가 폐지는 아니다. 금투세 취지 자체에 공감하는 국민도 상당히 많다는 것도 분명하다.

만일 금투세가 유예된다면, 이번에 충분한 준비를 한 뒤 도입해주기 바란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시장이 개미들에게 불공정한데, 세금 걷을 생각만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니 먼저 정치권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국내 기업이 충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할 거다. 그 다음 조세 정의를 위한 합리적인 개정안을 내놓아야 도입이 가능하다. 현실을 외면하고 명분만 내세우다가는, 자칫 시장을 망치거나 아니면 금투세 도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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