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람언덕 풍경에 반하고 보라색 국화 향기에 취하고
[경남 거창군 ‘제4회 꽃&별 여행’ 축제]
감악산 정상 풍력단지 꽃밭으로 변신
북미 원산 아스타국화 화사하게 만개
발전기와 어우러져 훌륭한 풍경 연출
10월 13일까지 버스킹 등 행사 다양
경남 거창군이 주최하는 ‘제4회 감악산 꽃&별 여행’ 행사가 지난 13일 시작됐다. 흔히 ‘감악산 아스타국화 축제’라고 불리는 이 행사를 즐기려고 추석 연휴 중에만 3만여 명이 다녀갔다. 내달 13일까지 열리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보라색 아스타국화가 얼마나 화려하게 만개했는지 직접 확인하러 다녀왔다.
■보라색 천국
군 단위 기초지자체에서는 보기 힘든 비건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으로 배를 채우고 축제가 열리는 감악산 풍력발전단지인 ‘별바람언덕’을 향해 달린다. 거창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창포원에서 20분 거리여서 창포원을 관람한 뒤 감악산으로 가도 무방하다.
별바람언덕으로 올라가는 감악산로 4.6km 구간은 꽤 가파르다. 자동차 두 대가 교행할 수 있게 길을 넓혀 놓았지만 초보 운전자는 고생할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리할 수도 있다.
별바람언덕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감악산 정상이나 마찬가지인 언덕은 진한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다. 다른 지역 꽃 단지에서 보기 힘든 색감은 정말 이색적이고 환상적이다.
관람객이 많은 것인지 언덕에는 상당히 넓은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한편으로는 꽃 축제를 하려고 산을 이렇게 훼손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감악산 꽃&별 여행’의 주제인 아스타국화는 외국에서는 흔히 ‘뉴욕아스타’로 불린다. 아스타국화의 옛 영어 이름은 ‘아스타 노비-벨지이’인데, 여기에서 ‘노비-벨지이’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뉴 네덜란드’, 오늘날 미국 뉴욕을 의미한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 동부와 캐나다 동부가 아스타국화 원산지였다.
차에서 내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초대형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눈을 아래로 내려 주차장 인근 언덕을 바라보는 순간 다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하얀색, 분홍색, 보라색 아스타국화 수만 송이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평소와는 달리 공기가 너무 맑아 감악산 아래 거창 시내가 환히 보인다. 산에서 발아래 마을을 깨끗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환상적인 산 정상 꽃밭에서 산 아래를 바라보는 기회는 또 얼마나 될까.
주차장 건너편 꽃밭은 더 환상적이다. 보라색과 분홍색 아스타국화가 산 정상을 가득 메우고 있다. 국화 주변에는 서서히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여러 대가 서 있다. 다들 국화와 발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그야말로 ‘난리’다. 좋은 자리를 찾아다니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 보니 마침내 괜찮은 한 장이 나왔다. 대만족이다. 어디에 가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별바람언덕에는 낮은 미니 전망대와 메인 전망대가 있다. 메인 전망대에 오르면 눈이 시원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미니 전망대에서는 더 좋은 사진을 구할 수 있다. 전망대 뒤쪽에는 억새가 자라는 ‘억새원’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생각 외로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구절초 꽃밭도 있다는데 꽃이 전혀 피지 않아 실망스럽다.
해질 무렵 보라색 국화와 풍력발전기 그리고 석양을 한꺼번에 담는 사진이 환상적이라는데, 어둠을 뚫고 험한 산길을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한다.
■추후 행사 일정
‘감악산 꽃&별 여행’ 행사에서는 여러 이벤트도 진행한다. 28일과 10월 3, 6, 9일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10월 5일 오후 2시에는 통일메아리악단 공연이 진행된다. 행사 기간 중 금~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오후 7시에는 꽃별 시장이 열린다. 또 토·일요일에는 웰니스 관광체험 행사가 이어진다. 행사 진행 30분 전에 현장에서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매일 오후 7~8시 30분에는 미디어파사드 행사가 진행된다. 이밖에 관람객에게 돗자리와 보드게임기를 대여해 ‘꽃밭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