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의회, 여야 싸움에 민생 뒷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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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위주 상임위원장에 항의
야당 의원들 본회의 불참 파행
안건 처리·행정 감사 등 차질
갈등 장기화 땐 ‘식물의회’ 우려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부산북구청 건물 전경

부산 북구의회가 하반기 원 구성 3개월 만에 의장단·상임위원장 선출 갈등이 곪아 터지면서 파행을 맞았다. 추석 이후 준비해야 할 행정사무감사조차 태업할 기미를 보이며 정작 중요한 민생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부산 북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제273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의원 6명이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하반기 상임위원장 구성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본회의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구의회는 현재 국민의힘 7명, 더불어민주당 6명, 무소속 1명으로 이뤄졌다. 하반기 상임위원장 구성은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장만 민주당 의원이고 행정복지위원회, 주민도시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등 나머지 3개 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다.

갈등은 하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시작됐다. 민주당 소속이던 상반기 북구의회 의장 정기수 의원이 하반기 의장 연임을 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의장 후보를 등록한 것이다. 결국 정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 지지를 받아 의장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의원 위주로 의장단을 구성했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 설명이다. 민주당 A 의원은 “6월 이후 회기가 없어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를 표출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본회의가 열리면서 항의 차원에서 회의에 불참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B 의원은 “의장단이 구성된 지 3개월이나 지났는데 갑자기 민주당 의원들이 하반기 본회의에 불참하는 행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장단 선출을 두고 여야가 갈등을 빚으면서 조례 제·개정, 행정 감사 등 의회 기능이 멈췄다.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 차원에서 회의에 불참하고 국민의힘 의원 한 명이 병원에 입원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되지 않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본회의 부의 안건만 15건이나 되는데 하나도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추석 이후 구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청에게 어떠한 자료도 요청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당분간 구의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식물의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구의회 정기수 의장은 “이달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의원을 만나 협의에 나설 것이고, 행정사무감사와 나머지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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