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문화콘텐츠 도시 부산, '아트 플랫폼' 도전장 [글로벌 DNA 깨우자]
지역 문화 ‘글로컬’ 전략
시립미술관·현대미술관 양대 축
전 세계 미술 네트워크 중심 충분
부산비엔날레 '스타' 행사로 인정
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 창작 기반
2회째 국제공연예술마켓 기대감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중요
과거에는 경제 강국이 문화 강국이었다. 지금은 반대로 문화 강국이 경제 강국이다. 제품을 팔지 말고 문화를 팔아야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제품을 팔면 하청업자에 머물지만, 문화를 팔면 그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함께 소비하게 된다. 실제로 ‘K컬처’ ‘한류’로 불리는 한국 문화콘텐츠가 인기 끌며 전 세계에서 한국을 찾아 직접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글로벌 도시 부산으로 가기 위해서 문화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부산의 글로벌 문화 DNA는 일찍부터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꽃이 폈다. 일제 시대 항구도시로 외국의 문화를 빠르게 수용했고, 6·25전쟁 피난수도로서 전국의 예술인이 모여 문화 융합과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 같은 바탕에서 2024년 부산은 세계인이 인정하는 문화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컬 미술관, 전 세계서 찾는다
부산 미술의 중심, 부산시립미술관이 지난해 12월 문 닫았다. 2026년 재개관할 부산시립미술관은 미술인 미술관 연구자 지원기관 관객까지 모두 아우르는 글로벌 아트 네트워크의 중심을 표방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은 “서구 중심의 기존 시스템이 변하며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다. 이런 시기에 부산은 ‘매개 플랫폼’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컬 전략으로 로컬 작가들이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시립미술관은 현재 미래형 미술관 포럼을 비롯해 아시아 큐레이터 협의체, 예술과 자본 포럼 등 세계 미술인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관련 세미나를 열고 내년에는 조직이 발족할 예정이다.
또 다른 공립미술관인 부산현대미술관 역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미술관으로 행보를 시작했다. 올해 6월 리모델링을 끝내고 세계적인 생태미술관으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미술관 카페테리아 의자와 탁자, 인테리어 자재를 야외 설치 작품을 재활용했고, 박물관 숍의 상품은 모두 친환경, 재활용 상품으로 변경했다. 미술관 팸플릿을 재활용한 종이 봉투, 사탕수수로 만든 펜까지 작은 것 하나에도 생태와 환경을 놓치지 않았다.
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관장은 “부산현대미술관은 전시 교육 체험에 환경 생태 기후 이슈를 고려한다. 국립청소년생태센터, 을숙도문화회관, 야생조류치료센터,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등과 함께 생태 축제를 준비 중이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미술관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부산 미술관들이 하드웨어라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미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은 미술 축제가 있다. 지난 8월 17일 개막해 10월 20일까지 이어질 부산비엔날레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의 젊은 미술인들이 자생적으로 행사를 시작했고, 각 자 주머니를 털어 비엔날레 행사를 직접 운영했다. 이 같은 역사성 덕분에 부산비엔날레에는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놓치지 않았고, 짧은 시간 세계에 이름난 글로컬 미술 축제가 될 수 있었다. 2022년 영국 현대미술 전문지 프리즈는 부산비엔날레를 세계 10대 전시에 선정했다.
■늘어나는 인프라·축제, 도약의 기회로
부산 공연예술 분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다양한 예술 창작 활성화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명훈 초대 예술감독 위촉에 이어 박민정 신임 대표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클래식부산’을 이끌어 갈 양대 축이 완성됐다. 두 베테랑의 지휘 하에 각각 2025년과 2027년에 개관 예정인 부산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시현 클래식부산 공연기획팀장은 “클래식부산의 공연장과 새로운 음악제가 부산이라는 도시의 대표 문화 행사가 되도록 브랜드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클래식부산은 국제음악제 개최와 세계적 수준의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을 글로벌 음악 허브도시, 글로벌 예술 교육의 허브로 만들어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
콘텐츠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예술마켓도 시동을 걸었다. 오는 10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부산문화회관, 경성대, 남구 문화골목 일원에서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공연 작품을 선보일 제2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이하 비팜)이 열린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을 뿐이지만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거는 기대는 크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부산이 다양한 공연을 여는 장으로 입지를 굳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산을 거점으로 한 공동 창·제작을 보강해야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부산문화재단 최윤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사업단장은 “시민의 예술에 대한 공감 DNA를 먼저 깨워야 한다. 예술인도 재단도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에 대한 공감 DNA를 깨우는 데는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 확대만큼 좋은 처방은 없다. 민간 소공연장들이 연합해 한 달 동안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우리 동네 문화살롱 페스타 ‘부산 원먼스 페스티벌’은 좋은 예다. 2022년 처음 시작한 이 페스티벌은 내달이면 4회째를 맞는다. 올해부터는 두 차례(7월과 10월)로 횟수를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세 번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도장 깨기’ 하듯 공연장을 순례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등 시민 호응이 꽤 높은 편이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는 장차 예술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좋은 교수진을 단기로 초청해 부산의 곳곳에서 콘서바토리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부산소공연장연합회 김은숙 회장은 “소공연장을 운영하는 대표나 연계 연주자 중 외국 유학 출신이 많은 만큼 예술교육 허브 도시로서의 소공연장 역할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