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청탁? 잇단 유착 의혹에 울산 경찰 뒤숭숭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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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현직 경찰 겨냥해 압수수색
‘설마’, ‘올 게 왔나’ 경찰 내부 ‘술렁’
수사 정보 유출 혐의 수사관도 송치
경찰, 시민 신뢰도 추락? ‘전전긍긍’


울산경찰청 수사동.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 수사동.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경찰청 수사동. 부산일보DB 울산경찰청 수사동. 부산일보DB


지역 치안을 책임지는 울산 경찰이 수사 청탁 의혹에 휘말려 되레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사 정보 유출 혐의로 수사관이 송치되는 등 연이은 악재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10일 울산경찰청 수사동 내 형사기동대에는 오전부터 울산지검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장시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올해 2월 신설한 형사기동대는 중요 강력범죄와 민생침해범죄 등을 다루는 부서다.

검찰은 울산청에서 광역수사대장 등을 역임한 A 씨가 후배 경찰관들에게 원정 도박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를 청탁한 정황을 잡고 형사기동대(이하 형기대)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 영장에 적시된 현직 경찰관은 팀장급 수사관을 포함해 모두 3명으로, 이 중 1명은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관 휴대전화와 형기대에서 수사한 해외 원정 도박 사건 자료 등을 수거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검찰은 올해 7월 대형 로펌에 근무하던 A 씨와 브로커 B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2년 외국환거래법 위반, 도박 방조 혐의 등으로 형기대 수사를 받는 사건 관계자로부터 불구속 수사 청탁과 친분 쌓기 명목으로 수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검찰은 A 씨와 브로커, 형기대 소속 현직 경찰관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A 씨 소속 로펌이 원정 도박 사건을 수임하는 데 현직 경찰관의 입김이 작용하진 않았는지, 전현직 경찰관 사이에 수사 축소를 대가로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수사 초기만 해도 형기대 베테랑 수사관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탓에 울산청에서는 ‘설마…’ 하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강제수사로 이어지면서 ‘올 것이 왔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압수자료 분석을 마치는 대로 추석 연휴 이후 현직 경찰관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울산청 형사기동대 C 경감이 불법 성인 오락실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흘린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검찰에 송치됐다. 울산청 반부패범죄수사대가 올해 4월 오락실 업주를 조사하다가 단속 전 C 경감과 통화한 내역이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를 벌였다.

울산청에서는 얼마 전 지역경찰 베스트에 뽑힌 울산남부서 신정지구대 소속 경찰관 5명의 특진이 전면 취소되고, 지난달 초에는 음주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탄 경찰관이 적발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핵심 수사 부서로 꼽히는 형사기동대 수사관들이 잇따라 비위 의혹에 휩싸이면서 경찰 내부가 적잖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울산청 수뇌부도 현재 진행 중인 수사나 재판 결과에 따라 전현직 경찰의 유착 관계, 수사 정보 유출 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민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으로) 우리도 당혹스럽다”며 “직원들 동요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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