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내세운 중국산 전기차, 거침없는 한국시장 공습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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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첫해 한국서 전동화 4위
지커·샤우펑도 내년 신차 출시
테슬라 ‘모델 Y’올해 수입차 1위
국내 차업계 안방 수성 ‘비상’
EU선 벌써 점유율 10% 급성장
독일차 업체 공장 폐쇄 직격탄

중국산 전기차들이 중저가와 기술력을 앞세워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대규모 신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시장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출시된 BYD '씨라이언 7(위)'과 지난 9월 독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샤오펑의 전기차 '더 넥스트 P7' 공개 모습. BYD코리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중국산 전기차들이 중저가와 기술력을 앞세워 내년부터 한국 시장에 대규모 신차 출시를 예고하면서 시장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한국에 출시된 BYD '씨라이언 7(위)'과 지난 9월 독일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샤오펑의 전기차 '더 넥스트 P7' 공개 모습. BYD코리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중국산 전기차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와 수입차 업체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내 내수부진에다 미국 시장의 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세 장벽이 낮은 유럽연합(EU)에 이어 이젠 관세 8%인 한국시장으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EU는 이미 중국산에 점령?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021년 5% 안팎에서 최근 10% 안팎까지 커졌다. 100% 관세 부과로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유럽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국산 수입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최고 45.3%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중국산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전기차 대비 반값 가격을 내세워 지난 9월 유럽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제치고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내년까지 유럽 대륙 전역에 2000개의 매장을 확보하며 규모를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산 전기차의 확대로 독일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2위 폭스바겐은 올해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폐쇄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공장 2곳을 추가로 폐쇄하고 3만 5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독일 내 직원의 15%에 달하는 7500명을, 메르세데스-벤츠는 3만 명의 직원을 각각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80% 가까이 감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한국 진출 본격화

산업통상부는 지난 21일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20만 7119대로 전년 대비 5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2023년 15만 8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중국산 전기차의 급성장이다. 올해 한국에 처음 진출한 비야디는 올 들어 11월까지 4955대를 판매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만족도)를 전면에 내세워 출시 첫 해 국내에서 수입 전동화 모델 4위에 올랐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만들어진 테슬라의 ‘모델 Y’는 올 들어 11월까지 4만 6927대가 팔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 이어 중국 지리 계열 지커, 샤오펑, 링커앤코 등도 한국 내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커는 국내 4개 파트너사와 딜러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내년 1분기 첫 모델로 ‘7X’를 출시할 전망이다. 지커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해 4000만 원부터 1억 원 중반대에 이르는 가격대에 팔리고 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며 기술력을 갖춘 샤오펑 역시 지난 6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진입 준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지리 계열의 링크앤코도 이르면 내년 국내 판매가 이뤄질 수 있다.

업계에선 중국산이 가장 강점이 있는 부분이 중저가 시장이어서 비야디 위주로 일단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에 형성돼 있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와 독일산 수입 전기차들은 중국산 판매가 늘어날 경우 가격인하나 무이자 판매 등으로 시장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인상할 경우 중국 정부가 희토류 한국수출 금지 등으로 대응 가능성이 있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중국산 전기차와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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