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휘어져 보이는 망막의 주름, 수술 결정은 신중하게
[망막전막의 증상과 치료]
초기 증상 적고 서서히 진행돼
변형시 등 황반변성 증상 비슷
막 제거 과정 일부 손상 불가피
시력 좋으면 보통 경과 관찰만
수술 목적, 시력 추가 악화 방지
50대 이상·당뇨 등 정기 검진을
망막은 눈에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조직으로,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덜컥 실명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망막전막은 비교적 생소할 수 있지만, 망막 수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다. 이안과 이지은 원장은 "망막전막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황반변성으로 의뢰되는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실명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위험은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60대 이상 10% 넘게 발견
망막은 눈 안에 빛을 감지하는 얇은 신경 조직이다. 망막 표면에 얇은 섬유막이 형성돼 망막에 주름이 생기는 경우를 망막전막이라고 한다. 망막앞막 또는 망막주름이라고도 한다.
망막전막은 일반적으로 노화와 관련이 깊다. 눈 속의 유리체는 망막과 붙어있다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치유 과정이 발생하면 섬유막이 생긴다. 그 외에도 당뇨망막병증, 고도근시, 포도막염, 망막박리 또는 눈 외상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많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다. 60대 이상에서는 10% 이상에서 발견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시력 저하,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거나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 중심 시야의 왜곡 등이 있다. 특히 글씨를 볼 때 증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우연히 발견되거나 병이 진행된 후에야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 수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중심 시력의 심각한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이지은 원장은 "한쪽 눈에 망막전막이 발생할 경우 반대편 눈 시력이 좋아서 망막전막으로 인한 시력 악화를 느끼지 못하고 진단을 할 때 이미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상태인 환자들이 꽤 있다"고 소개했다.
망막전막 진단을 받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수술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한다. 가끔씩은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눈 속으로 미세한 집게를 집어넣어 막을 잡아 벗겨내는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수술 외에 막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망막전막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지은 원장은 "부산대병원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년 동안 경과를 관찰했을 때 질환이 진행해 수술을 하게 된 경우는 전체의 10%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종종 황반변성으로 오진된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한가운데 황반부의 시세포가 빛과 색상을 감지할 수 없는 흉터 등의 조직으로 대체돼 시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시력 저하, 변형시 등 증상이 비슷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질환이고, 치료 방법도 다르다.
■시력 저하 진행 정도가 관건
이지은 원장은 "망막전막은 수술 성공률이 높고 수술 후 재발도 드물지만, 수술 시행 여부는 증상의 정도와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망막전막이 진행해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눈 중심부에서 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망막의 손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기능이 양호한 상태에서는 수술 후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시력이 좋고 변형시가 경미한 경우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인 눈 검사를 통해 망막전막의 진행을 관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경을 쓰고 측정한 교정 시력이 통상 0.6~0.7보다 나빠지는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이 기준은 나이, 반대편 눈 시력, 백내장이나 다른 안과 질환의 동반 여부 등을 고려해 달라질 수 있다.
망막전막의 수술은 두께가 0.01~0.02mm 정도인 얇은 막을 현미경 아래에서 벗겨낸다. 섬세한 수술이지만 망막 수술 중에서는 비교적 난도가 낮은 편이다. 백내장을 동반한 환자라면 백내장 제거술을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 시간은 여러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1시간 이내다. 수술 상처는 2주 이내 회복된다.
수술 후 시기능은 일시적으로 떨어졌다가 한 달 전후부터 1~2년에 걸쳐 조금씩 호전된다. 대개 수술 전보다 좋아지지만 시력이나 변형시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수술의 목적은 시력 개선보다는 더 이상의 시력 저하를 막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망막전막의 발생이나 악화를 예방하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도근시와 같은 질환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눈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안과 이지은 원장은 "망막전막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시력을 보호할 수 있다"며 "50대 이상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주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