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만의 가치 극대화할 콘텐츠 전담 기구 필요” [북항을 '글로벌 핫플'로]
6 공동취재단 좌담회
부산항 북항을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 〈부산일보〉와 국립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단은 지난달 공동취재단을 꾸렸다. 공동취재단은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선진 항만 재개발 사업지를 방문해 현지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각 지역의 콘텐츠와 관리 조직을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선진 항만 재개발 지역은 모두 콘텐츠를 기획·운영하는 전담 기구가 있었다. 공동취재단은 북항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하려면 이러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경대 측 공동취재단은 서광덕(중국현대문학·동아시아근대사상사) 교수, 공미희(일어일문학·동아시아문화) 교수, 김성민(중국정치사회·동아시아시민사회·세계시민교육) 교수로 구성됐다.
-해외 항만 재개발지를 총평하자면?
△공미희=일본 고베항은 민관 협력을 극대화해 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만들어냈다. 고베시와 고베상공회의소, 민간 기업 7곳이 함께 출자해 설립한 ‘주식회사 하버랜드’는 시설 관리와 부동산 임대, 행사 기획 등을 맡는다. 또한 지역 기업들로 구성된 ‘고베항 유파크(U-park) 매니지먼트’는 대지진의 역사적 상흔을 보존한 ‘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와 랜드마크인 ‘고베타워’ 등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일본 정부가 민간의 전문성을 적극 수용하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다.
△김성민=싱가포르는 ‘싱가포르 리버 원(SRO)’ 같은 비영리기구(NGO)가 독립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항만 재개발 지역을 관리하며 다양한 문화 행사까지 기획하는 점이 눈에 띄었다. SRO가 매년 싱가포르강에서 주최하는 ‘싱가포르 리버 페스티벌’은 글로벌 관광객을 싱가포르에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SRO의 독립적인 운영 구조는 이런 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재정 건전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서광덕=대만 가오슝시의 보얼예술특구와 타이난시의 블루프린트 창의문화공원은 모두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해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는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관광객 발길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가게들을 유치하는 등 공공성과 상업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북항도 전담 조직이 필요할지?
△김성민=북항에도 싱가포르와 같은 독립적인 예산과 전문성을 갖춘 전담 운영 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공용지와 건물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시설 관리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과 운영까지 맡는다면 북항을 더욱 매력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
△서광덕=북항에는 지역 역사와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할 전담 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려면 공공 영역보다는 민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오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개발된다면 북항의 매력은 한층 커질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모을 수 있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공미희=요코하마의 아카렌가 창고나 고베의 고베 메모리얼 파크처럼 북항도 부산항이 가진 독특한 역사와 가치를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전담 조직이 반드시 구성돼야 한다. 북항의 역사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해 이를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동시에 지역 주민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식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북항을 다른 곳과 차별화된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전담 조직의 구성 형태는?
△서광덕=부산시와 민간이 힘을 합쳐 공익 법인을 출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다. 지역 주민, 청년 예술가, 민간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돼야 한다. 대만 가오슝의 보얼운영센터처럼 공공성과 상업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 위해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북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공미희=콘텐츠 기획팀과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역사학자, 예술가, 마케팅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기념품 개발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케팅팀은 개발된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김성민=전담 조직은 민관 협력의 형태로 구성하고 도시 계획, 디자인, 문화 등의 전문가들로 자문단도 꾸려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투명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운영 방식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