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 쓴 ‘EU TRACES’… 재교육으로 수출길 넓힌다
부산 수산업, EU 수출 90% 차지
EU TRACES 사용률 6% 불과
까다로운 회원가입·영어 사용 탓
수품원, 일대일 재교육 통해 독려
비용 절감·수출 절차 단축 기대
부산지역 수산업계의 유럽 수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특별 교육을 마련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수산물 중 90%는 부산 업체가 수출하고 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지역 수산업계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수출 절차도 간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수품원) 부산지원은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유럽연합(EU)으로 수산물을 수출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형 ‘EU TRACES’ 시스템 교육 신청을 받는다. ‘EU TRACES’(Trade Control and Export System)는 EU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수산물 등 동식물성 제품의 위생 증명을 위한 시스템이다. 수출업체는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위생증명서를 유럽연합 세관에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어 수출 절차가 간소화된다. 그러나 회원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시스템이 영어로 안내된 탓에 현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부산 수산물 수출업체 85곳 중 5곳(5.9%)만 EU TRACES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부산 수산물 수출업체는 EU TRACES 대신 직접 수품원 부산지원을 방문해 위생증명서를 발급받고 있다. 발급받은 증명서는 DHL 국제 배송을 통해 현지 수입 업체로 보내지고, 이후 EU 세관에 제출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제우편 비용만 해마다 약 2억 3000만 원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품원 부산지원은 올해부터 EU TRACES 시스템을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각 수출업체를 직접 방문해 회원가입 절차와 위생증명서 신청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할 예정이다. 교육을 희망하는 업체는 수품원 부산지원 누리집 또는 전화, 이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부산은 유럽 수산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품원에 따르면 지난해 EU로 수출된 수산물량은 10만 7101t으로, 이 중 91.1%(9만 7543t)는 부산 수산물 업체가 담당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전국 2억 6000만 달러(3458억 5200만 원) 중 부산이 2억 1000만 달러(2793억 8400만 원)로 약 80.8%를 차지했다.
국내 수산물의 유럽 수출 규모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1년에는 EU로 8만 2840t을 수출했지만 2022년에는 10만 5843t으로 처음 10만t을 뛰어넘었다. 지난해도 상승세를 지속한 데 이어, 올해도 7월 기준 누적 수출량이 6만 134t에 달해 지난해 기록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수산물의 EU 평균 수출액은 약 2억 8000만 달러(3724억 5600만 원)로, 전체 수산물 수출액 중 약 9.4%를 차지했다.
수품원 조병열 부산지원장은 “EU TRACES 시스템 활성화는 수출업체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할 뿐 아니라, 종이 문서 사용도 감소시켜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수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한 적극 행정의 일환인 만큼 많은 업체가 신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수산 수출업체 관계자는 “낯선 플랫폼인 데다 실수에 대한 우려 등으로 EU TRACES를 잘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런 재교육이 이뤄져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