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인슐린 저항성과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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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치매로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현재 69세로 요즘 기준으로는 노인으로 보기도 어려운 나이다. 건강한 노화를 위해 필수적인 두 가지는, 근력을 보존해서 노쇠를 예방하는 것과 치매를 예방해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의 바람이 치매에 안 걸리는 것이고, 나 역시 그렇다.

치매 중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은 특히 뇌의 인슐린 저항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3형 당뇨병’이라고 불려 왔다. 혈액 속 인슐린은 포도당 등 영양소들의 대사를 조절하는 게 주된 역할인데, 인슐린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는 보상을 위해 혈액 속 인슐린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한데, 소비하는 포도당은 우리 몸 전체의 약 25%나 된다. 이는 다른 장기와 달리 뇌가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뇌에서는 포도당이 효율적으로 운반되어 에너지로 잘 사용되지만, 인슐린 저항성 상태가 되면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이 상태에서는 특히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영역에 포도당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인슐린을 분해하는 효소는 치매의 중요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도 분해한다. 인슐린 저항성 상태에서 혈액 속 인슐린이 증가하면 분해 효소는 인슐린 분해에 더 많이 동원이 되고, 아밀로이드 베타는 충분히 분해하지 못해 축적되어 뇌 속에 나쁜 플라크를 형성하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만성 염증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고 치매의 진행을 촉진하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왜 발생할까? 가장 흔한 원인은 비만이다. 특히 내부 장기 주변에 내장 지방이 축적되면 나쁜 물질들이 혈액 속으로 나오게 된다. 유리지방산, 염증성 사이토카인 및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호르몬과 같은 다양한 물질들이 방출되고, 이들은 모두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해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혈증 등의 질환들과 함께 치매의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체중 감량이며, 특히 복부 비만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의 5~10% 정도만 감량해도 인슐린 저항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며, 단순당이나 정제곡물, 가공식품 등의 섭취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적절한 운동이 병행될 때 체중 감소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특히 운동은 단순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육 세포에서 마이토카인이라는 물질들의 분비를 증가시켜 뇌를 포함한 전신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과 노화 예방에 좋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이다. 치매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왜 실천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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