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수면 이혼, 하시겠습니까?
임의현 성 심리학자
‘싸우더라도 잠은 같이 자야 한다’는 말은 어른들의 말씀 중 고전적인 멘트다. 실제로 싸워서 말은 섞지 않는 때에도 이불만큼은 공유하고 함께 잠자리에 든다는 커플도 많다. 그들은 그러한 암묵적 약속이 싸움 기간을 단축시켜 화해를 돕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수면 이혼, 즉 각방 생활을 선택하는 커플도 상당하다. 그들은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현저히 다르다거나 숙면을 방해하는 잠버릇이나 코곯이, 뒤척임, 육아 등을 이유로 각방을 선택한다. 어떤 게 더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선택은 갈릴 수 있다.
잠에 대해서 학자들은 많은 주장을 한다. 짧게 자더라도 깊게 잘 잔다면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면 시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비록 다른 주장이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잠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절대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잠은 몹시 중요하며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 감정, 일의 효율, 건강까지 이로운 것이 많다.
수면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 자신의 수면 패턴에 맞는 시간, 조명, 침구나 침실의 온도 등을 맞출 수 있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숙면하게 되고 정서적인 여유와 긍정의 기분이 형성되어 짜증이나 화를 내는 빈도와 강도가 약해져 커플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수면 습관이나 버릇의 문제가 있는데 각방을 쓰지 않는다면 초반에는 느끼지 못한 피로 누적과 수면 부족으로 예민해지고, 상대방 때문에 수면이 방해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다툼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한다.
그러나 침실이 분리되어 생활하게 되는 순간, 커플의 친밀감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야 한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공동의 침실로 돌아와 나누는 서로의 일상, 의도했든 아니든 커플 사이 이뤄지는 스킨십과 친밀감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섹스의 빈도도 자연스럽게 줄게 된다.
수면 이혼을 할까 말까 결정하는 것은 일상생활과 함께 커플의 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와 결정한 이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회복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현재의 중요한 요소나 당장의 불편함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을 때 친밀감은 낮아지고 성적 접촉에 있어 어색함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나중에 이것들을 회복시키려고 할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보기를 조언한다. 이 모든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둘 중 한 명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편하더라도 기꺼이 나의 파트너와 잠들고 아침을 맞기를 원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만약 잠도 중요하고 둘의 관계도 포기할 수 없다면 수면 방식에 주말부부와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보는 것도 권한다. 매일 함께 잠들지는 못하더라도 같이 잠드는 요일(가령 주말엔 무조건 함께 잠자리를 한다거나)을 정해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각방 생활을 결정하기 전 같은 침실에서 침대만 분리하는 방식으로 함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 보는 것은 또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