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헤즈볼라 보복 예고에 이스라엘 ‘폭풍 전야’
“이스라엘 영토 내 무차별 보복”
이란 등 공격 계획 승인 단계
이미 공격 받은 북부 지역 도시
주민 수만 명 전쟁 피해 피란길
불안한 평온이 이스라엘을 감싸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보복 공격에 대비하는 이스라엘의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란은 자국 영토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일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살해되고 헤즈볼라는 자신들의 최고위급 지휘관이 공습에 숨지자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헤즈볼라는 3일 오후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한 차례 보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는 “레바논에서 발사한 로켓들이 갈릴리 상공에서 방공망에 의해 격추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많은 로켓이 아이언돔에 가로막혔다"고 보도했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키르야트시모나 지역과 그 주변 여러 지역에서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3일 오전 성명을 통해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광범위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란 대표부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를 공습해 헤즈볼라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숨졌고, 헤즈볼라가 더 넓고 깊은 목표물을 선택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이는 군사적인 목표물과 수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보복 목표가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영토 내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란 역시도 헤즈볼라 등이 함께 총공세를 펼칠 수도 있고 별도의 작전을 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양측 모두 공격 계획을 마무리하면서 정치적 차원에서 이를 승인 받으려는 단계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벌이는 가자지구 전쟁의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에서는 조만간 있을지 모를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민에게 주택 내 안전한 대피 공간에 음식과 물을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 구급대원도 전면전 발생을 가정한 비상 훈련을 실시했다. 레바논과의 국경에서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의 의료센터들은 환자들을 지하 보호 병동으로 옮길 준비를 갖췄다.
하마스와 휴전에 곧 합의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일각의 기대는 하니예 암살 사건 등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지자 이스라엘 국민들은 ‘전시 일상’에 적응하면서도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쟁 이후 거의 30만 명의 이스라엘인이 짧게는 몇주에서, 길게는 몇 달간 예비군 복무를 했다. 이스라엘 북부와 남부 국경에 있는 수만명은 피란을 떠나야 했다. 헤즈볼라가 로켓 공격을 수시로 감행한 이스라엘 북부 국경도시에서는 주민 6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