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구축한 진주교육역사관 관람객 외면…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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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배영초 본관 리모델링 후 2층에 설치
교육 관련 유물·체험 전무…해설만 잔뜩
“교육역사관 아닌 역사관 구축 했어야”
지원청, 뒤늦게 자료 수집…프로그램도

진주교육역사관 입구. 내부 시설 설치비 등 3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구축됐다. 김현우 기자 진주교육역사관 입구. 내부 시설 설치비 등 3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구축됐다. 김현우 기자

‘교육의 도시 진주시’를 알리기 위해 조성한 진주교육역사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콘텐츠도 부족해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30일 진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3일 옛 배영초 본관 건물 2층에 진주교육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4개월 정도 시범운영을 거쳤으며, 올해 3월 정식 개관했다. ‘진주 교육, 남강을 따라’ ‘진주교육이야기’ ‘추억의 학창 시절'’ 등 총 3개 전시실로 이뤄져 있으며, 내부 시설 설치비 등으로 3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다.

진주교육역사관은 개관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한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던 옛 배영초 본관 건물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건물은 1938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국가등록문화유산 제582호)’으로, 1998년 배영초 이전 이후 20여 년 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폐가로 방치돼 있었다. 그러다 2019년 교육지원청이 해당 건물을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교육역사관과 휴게실, 아트갤러리, 학생 공연장 등 구축에 나섰다.

1938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옛 배영초 본관. 진주교육지원청이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꾸몄으며, 2층에 진주교육역사관을 구축했다. 김현우 기자 1938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옛 배영초 본관. 진주교육지원청이 학생들을 위한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꾸몄으며, 2층에 진주교육역사관을 구축했다. 김현우 기자

하지만 개관 이후 지난 9개월 동안 진주교육역사관의 흥행 성적표는 초라하다. 역사관을 둘러보는 관람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있어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단체 관람이 아니면 아예 관람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부족이다. 현재 교육역사관에는 맵핑영상을 제외하면 단순히 벽에 지역 교육 역사 기록만 새겨져 있는 상태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유구는 하나도 없고 체험거리도 없다. 그나마 일부 학교에서 기증한 옛 초등학교 책상 3~4개와 풍금이 1개 있을 뿐이다.

한 관람객은 “배영초가 리모델링해서 개관했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너무 볼 게 없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었는데 아쉽다. 학생 동아리실 같은 곳은 이용객이 있겠지만 교육역사관은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누가 보러올지 의문이다. 이것도 예산을 들여서 만들었을 건데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인근 점포주들과 역사단체 관계자들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019년 교육역사관 구축 계획이 세워진 이후부터 일부 역사단체들은 진주교육역사관이 아닌 진주역사관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 관련된 유구나 유물이 부족한 데다 각 초·중·고가 자체적으로 역사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내용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진주역사관은 현재 지역에 설립돼 있지 않은 데다 유물도 다양한 편이다.

진주교육역사관 내부 모습. 제대로 된 유구나 체험프로그램 없이 해설만 잔뜩 새겨져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교육역사관 내부 모습. 제대로 된 유구나 체험프로그램 없이 해설만 잔뜩 새겨져 있다. 김현우 기자

인근 점포주들 역시 사람이 많이 오는 전시관을 기대했는데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인근의 한 식당 업주는 “진주교육역사관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다. 교육역사관을 다녀왔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건물 자체가 문화재인데 내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주교육지원청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주 교육의 역사를 담고 있는 학교 사진과 학창 시절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또한 기획전시회를 준비 중이며, 역사관 연계프로그램으로 교과, 방학, 주말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진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진주교육역사관 활성화 방안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현재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지역 학교들에 옛 사진이나 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래된 책상과 풍금. 유일하게 기증 받은 물품이다. 김현우 기자 오래된 책상과 풍금. 유일하게 기증 받은 물품이다. 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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