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험난한 여로 가덕신공항
국토부, 부지 공사 입찰조건 변경
준공 시점 2031년 말로 1년 연장
난도 핑계대며 차일피일 공기 늦춰
지역업체 참여 비중도 턱없이 낮아
활주로 확장·거점 항공사 확보 과제
부산시·지역 의원 정치력 발휘할 때
국토교통부가 지난 21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공사 입찰 조건을 변경해 재입찰에 나섰다. 그동안 사업자 선정이 2차례나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이냐 재입찰이냐를 두고 고심하던 국토부는 특혜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수의계약 대신 재입찰을 택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재입찰에서 건설사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공기 연장과 컨소시엄 구성 조건 완화를 수용했다. 먼저 공사 기간을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해양 매립 등 난도가 높은 공사가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 당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중 2개사까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을 3개사까지로 완화해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줄여줬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이달 31일 신규 입찰을 공고하고 다음 달 19일까지 사전심사 신청서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를 둘러싼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공기 연장으로 인해 가덕신공항의 완공 시기가 늦춰졌다는 것이다. 올 초 국토부가 발표한 계획안은 2029년 말 개항에 이어 2030년 말 완공한다는 내용이었다.
2029년 말까지는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 동쪽 지역에 위치한 필수시설을 먼저 시공해 우선 공항 개항을 한다는 것. 이어 2030년 말까지는 주차장 등 서쪽 지역에 위치한 시설들을 완공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마저도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실패 이후에 나왔기 때문에 엑스포 실패로 인한 공기 지연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국토부의 재입찰에 따른 계획안 수정은 여기에 1년 더 늦춰져 완공시기가 2031년 말이 됐다. 2029년 말 개항을 하고도 마무리 공사를 2년 더 해야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반쪽 개항’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온다.
당초 2029년 개항과 준공이 가능하다는 공약을 한 국토부가 난도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공기를 늦추는 것은 그동안 지방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했던 국토부의 무관심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기 연장 문제는 국토부와 건설사들 간의 간담회 등에서도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런식으로 조금씩 공기를 늦춘다면 2029년 말 개항도 낙관할 수 없다. 안전 공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신주의’를 벗어나 최신 공법 적용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기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두 번째 쟁점은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비중이다. 지난 두 번째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업체의 비중은 모두 합쳐 11%에 불과했다. 부산 업체 10곳, 경남 업체 4곳 등 14개의 부울경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지분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업체의 하도급 공사를 의무화하라는 지역의 목소리에 국토부는 지난 5월 지역 업체 지분율에 따라 입찰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지역 기업 우대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1~5%는 2점, 5~10%는 4점, 10~20%는 6점, 20% 이상은 8점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가산점 6점을 받기 위해 턱걸이로 지분율 10%를 겨우 넘긴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왔다.
수의계약이 아닌 신규 입찰로 국토부가 방향을 튼 만큼,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을 새롭게 할 수 있다. 여러 여건상 경쟁 입찰보다는 또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역 업체의 비중을 얼마나 더 늘릴지 주목된다. 국토부와 부산시도 민간의 일이라고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업체 비중 확대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이외에도 가덕신공항과 관련한 현안은 여전히 쌓여만 있다.
현재 1본에 불과한 활주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제2활주로 등을 건설하는 2단계 확장 계획의 조기 완성은 필수적이다. 부산시는 가덕신공항 확장 계획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를 설득하는 작업을 펼쳐야 한다. 머뭇거렸다가는 인천공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고 자칫 대구신공항에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공사와 제2활주로 확장이 하드웨어적 성격이라면 이를 채워주는 소프트웨어도 간과할 수 없다.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을 통한 신공항 지역 거점 항공사의 확보다. 지역 거점 항공사 확보는 정부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중대 사안임에도 정부, 산업은행, 대한항공 등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시와 지역 상공계 등이 합심해서 총력 대응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을 둘러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역량이 중요하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형준 부산시장과 새롭게 출범한 22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역할을 할지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최세헌 경제부장 cornie@busan.com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