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랑의 골 때리는 기자] 잘 다치는 기술이 필요해
디지털총괄부 기자
여성 풋살 열풍을 몰고 온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최근 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스포츠트레이너 출신 유튜버 심으뜸이 가수 유빈과 공을 두고 몸싸움을 하던 중, 무리하게 뒷쪽에서 유빈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이다. 심으뜸은 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돌아섰고, 유빈은 “무리하게 다리 휘두르지 말자, 다칠까 봐 그런다”며 경고했다. 그제야 심으뜸은 “공만 봤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를 두고 심으뜸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영상에 달리기도 했다.
심으뜸의 속내는 알 수 없으나, 고의로 이 같은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여성 풋살 경기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특히 초급자의 비율이 많을수록 그렇다. 공을 접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여성들은 공을 뺏는 데 몰입한다. 그래서 무리한 태클이 경기에 지장을 주고 상대편을 다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물론 잘못된 행동을 고치고 상대방에게 사과만 한다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상을 입히거나 당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가해자일 경우는 미안함에 주눅이 든다. 피해자가 되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상대방의 거친 플레이에 감정이 상하고 행여 다툼이 벌어질까봐 두렵다. 보통 처음 풋살을 접해보는 여성들이 가해자가 되고 실력 있는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급자랑은 공 못 차겠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몸싸움이 두렵다’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초보자들은 이러한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 결국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 공을 차게 되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다. '이 재밌는 공놀이를 남자들끼리만 했다니'를 외치며 풋살의 재미를 알아가던 여성들이 결국은 그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오래 공을 차기 위해선 ‘잘 다치고 잘 싸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공을 뺏을 땐 다리 사이로 발을 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먼저 상대방을 막으면서 공을 지켜야 한다. 발로 무리하게 공을 뺏다간 상대방도 나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순간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면 바로 사과해 풀면 된다. 누구나 이러한 노하우를 알기까지 친절한 동료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나 역시 처음 공을 차는 다른 여성들 때문에 다친 적도 많지만, 항상 내가 처음 풋살을 시작했을 때 여성 동료들로부터 받았던 배려를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결국 이런 경험과 교훈을 나눌 수 있는 것은 같은 취미를 가진 여성들뿐이다. 심으뜸 영상에 달린 날 선 댓글과는 다르게, 유빈은 다칠 수 있으니 그런 행동은 자제하자고 심으뜸에게 친절히 말을 건넨다. 여성 동료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으려면 친절한 가르침이 필요하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