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나오는 항노화 호르몬? [젊어지는 이야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미경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최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어떤 약을 투여하고 날씬해진 모습을 여러 매체에서 보여 줬다. 화제의 약은 위고비라는 주사제로,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GLP-1 효현제의 효과를 강화시켜 비만약제로 개발됐다. GLP-1은 GIP와 함께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인크레틴 호르몬이다. 인크레틴은 식사에 반응하여 장에서 분비되는데,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포도당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뇌에서 포만감을 촉진시켜 식욕 감소로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비만이 의지의 문제만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중 비만인 사람은 38%인데, 남자만 놓고 보면 무려 49.2%가 해당되고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만한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정상 체중보다 2.6배, 심근경색은 1.2배, 뇌졸중도 1.2배 높다. 대장암,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의 주요 암들도 1.2배에서 1.5배 더 많이 생기는 걸로 보고되었다. 이런 질환들은 노화의 대표적인 질환들로 결국 비만이 이런 노화 과정을 가속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비만 조절 약제가 항노화 약제로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당뇨병, 혹은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GLP-1 효현제를 사용한 임상연구에서 체중과 혈당감소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이고 사망률도 감소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줬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다른 연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뇌졸중의 발생까지도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뇌신경 뉴런의 생존을 향상시키고, 뇌의 염증을 감소시키며, 심지어 새로운 뉴런의 성장을 촉진하여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예방과 치료 및 뇌 보호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중추신경계의 노화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크레틴 호르몬을 이용한 이런 약제들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심각한 소화장애 및 구토, 설사 등의 부작용이나 심지어 담관염, 췌장염 등을 초래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 또 자살 및 우울증의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도 있어 유럽에서는 이에 대한 조사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투여가 이루어져야 하고 투여 중에도 세심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좋은 효과를 내는 인크레틴을 우리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건강한 식사와 운동이다. 장 건강에 좋은 식품이 장에서 나오는 인크레틴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나 발효 식품, 아보카도, 견과류, 올리브 오일 등과 같은 음식이 좋다. 모든 운동이 다 효과적인데, 특히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이 몸속 인크레틴을 높이는 데 좋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