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골목, 다시 상인들이 살아나야 한다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유명 관광지 아닌 로컬만의 특별한 장소
생존력·특별함·다양성 가진 골목상권 성장
온천카페·수비벡스코·사상가로공원 눈길
골목과 상인들이 도시 생명력 뿜어내길
7월 여름의 시작으로 우리는 여행계획을 세운다. 도시를 찾거나 한적한 공간이 어디 있는지 키워드를 검색하고 시장을 방문하고 골목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이미 휴가를 즐기는 상상을 하게 된다. 부산에 있으니, 다른 지역의 지인들이 오랜만에 부산에 오면 연락이 온다. 대부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민들만 아는 특별한 장소를 묻는다.
하지만, 부산의 현실은 외부의 관심과 다르게 지역 자영업자 수가 2024년 1분기에 31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만 명(11.3%)이나 줄었다. 옛 번화가였던 대학가 상권, 원도심 상권은 이미 공실과 임대 표지판이 흔한 풍경이 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부산은 상인들이 활동하기에 힘든 도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멈추지 말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좀 더 좁은 골목에 주목하였으면 한다. 과거 유명한 지역마다 있는 ‘~리단길’보다 북적이다가 쇠퇴하거나, ‘둥지 내몰림’ 현상을 경험했지만 생존력과 다양성을 품고 있는 골목상권은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가 공주이다. 충남 공주는 제민천을 중심으로 비어있는 옛 하숙집들을 활용하며 새로운 골목상권을 형성하여 공주만의 라이프스타일형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곡물집’이라는 가게는 일반적인 커피보다는 콩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 재배 농부들의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식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고마다락’이라는 가게는 헌책도 팔지만 집수리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의 주민들이 연극, 전시, 요가 등 다양한 공간으로 빌려 쓸 수 있게 하는 등 커뮤니티형 공간을 운영 중이다. 작은 가게를 중심으로 좁지만 생활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가게에서 다양한 시간 단위의 활동을 하면서 재방문율을 높이고 방문객들에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심에 상인들이 있고, 상인들의 아이디어가 모여서 골목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사실 골목은 건물 사이나 뒷면에 형성된 길을 가리킨다. 폭이 좁아 소수의 보행자만 통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큰길에서 갈라져 나온 작은 길을 통틀어 이른다. 골목은 보행권이 확보돼 있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주변 건축물과 자연을 관찰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소이다. 우연히 마주친 작은 가게들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가게에 들어서서 한참을 상품을 들여다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이며 담장 너머 능소화나 수국이 피어있는 것을 슬쩍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골목을 중심으로 하는 특별한 생활형 골목상권은 부산에서도 곳곳에 존재한다. 상인들 대부분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정도 골목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온 분들이다. 상인들끼리는 사장님보다는 ‘형님 동생’이란 호칭에 더 익숙해져 있다. 이런 분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온천천 카페거리’의 경우 사계절 방문을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포토존을 만들고 카페 상인들이 과자샌드 쿠키류를 만들어 공통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수비벡스코’ 골목상권은 ‘면옥향천’ 주변 상인들 중심으로 벡스코 행사와 연결하여 골목상권을 홍보한다. 또, 방문객들에게 단발적인 행사 대신에 골목 상인들이 지속적으로 시즌 위크를 기획하여 참여하고 있다. 사상 ‘가로공원’ 상인들은 젊은 사장들 중심으로 인근 신라대와 협력하고 공동 배달 서비스를 통해 상권을 지키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연제구의 ‘연동되는 골목상인회’는 지난해에 이어 팝업 스토어를 기획하고 있다.
결국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주민이자 상인들을 중심으로 장소마다 다른 특색 있는 골목상권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골목상권의 특징은 커뮤니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오래도록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해 온 이웃들이다 보니, 그들의 눈에는 조급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협력해야만 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여유를 배울 수 있다.
골목의 특성이 좀 더 살아나면 어떤 상권은 창업모델골목, 365일축제형 골목이 되고, 공주처럼 작은 단위의 복합문화공간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지원이 있건 없건 골목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골목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상인들만의 방식으로 골목상권이 움직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이 이런 공간을 중심으로 도시와 도시민 간의 관계, 도시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부터 활력을 찾았으면 한다. 골목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즉, 상인들로부터 도시의 생명력과 매력이 끊임없이 분출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