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임영웅과 김호중’의 같은 길, 다른 길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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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에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명성
하지만 최근 정상에 선 이후 인생 갈려
임영웅은 더욱 국민가수로 인기 구가
김호중은 ‘국민 밉상’ 전락 퇴출 기로
배려와 겸손의 차이, 엄청난 결과 낳아

트로트 가수 ‘임영웅과 김호중’. 요 며칠 사이 가요계를 넘어 온 국민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된 두 ‘스타’다. 지금의 트로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 말고도 두 가수는 닮은 점이 많다. 일단 태어난 해가 1991년으로 동갑내기라는 점 말고도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는 점도 같다. 게다가 둘은 무명 시절 생활고로 어렵고 곤궁한 시절을 보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덴 성공했지만 지금 둘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임영웅은 더욱 대중적인 인기를 다지며 입지를 굳히고 있는 반면 김호중은 음주운전 사건으로 ‘국민 밉상’으로 지칭되며 가요계에서도 ‘손절’ 될 위기에 몰렸다. 무엇이 동갑내기인 이들의 처지를 이토록 극명하게 갈랐을까.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대중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임영웅은 노래는 물론 겸손한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더욱 국민들의 인기와 사랑을 구가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TV조선 제공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대중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임영웅은 노래는 물론 겸손한 무대 매너를 바탕으로 더욱 국민들의 인기와 사랑을 구가하고 있다.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TV조선 제공

■ 무명 시절 고생은 약?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임영웅과 김호중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러모로 어려운 처지였다. 가수 데뷔 이후에도 여전히 무명 신세를 벗지 못한 임영웅은 겨울엔 군고구마 장사를 비롯해 음식점 서빙, 가구 공장 보조, 마트 짐 옮기기 등 여러 부업을 전전했다. 아마 이 땅의 많은 젊은이처럼 당시엔 앞날에 대한 불안감으로 늘 초조함 속에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김호중 역시 임영웅 못지않게 힘든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의 돌봄 속에 자랐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엔 어려운 환경을 비관해 교내 폭력 서클에 가입할 정도로 불량 학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교 때 만난 선생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성악에 매진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이후 가수의 길로 들어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생을 딛고 일어선 ‘인생 성공담’ 그 자체다. 그러나 사람의 인생은 섣부른 예단을 금하는 것인가. 임영웅은 노래로 인한 대중적 인기는 물론 공연을 할 때마다 따뜻한 인간미로 ‘미담 제조기’라는 별칭을 얻으며 국민가수의 반열로 들어서고 있다. 반면 김호중은 음주운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자기 관리 실패의 전형으로 여겨지며 가요계 잔류마저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처지가 됐다. 무명 시절의 고생이 성공한 이후의 삶에는 아무런 약이 되지 못했다.


임영웅과 동갑내기로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명성을 얻은 김호중은 정상의 인기를 누리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여러 물의를 일으키면서 한순간에 경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경찰에 의해 호송차로 향하는 김호중. 연합뉴스 임영웅과 동갑내기로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명성을 얻은 김호중은 정상의 인기를 누리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여러 물의를 일으키면서 한순간에 경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경찰에 의해 호송차로 향하는 김호중. 연합뉴스

■ 작은 차이가 낳은 극명한 대비

임영웅과 김호중의 사례는 성공한 이후 몸가짐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셀 수 없다. 성공한 이후에도 예전과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임이 분명하지만 그런데도 여기에 실패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특히 성공을 계기로 공인의 영역에 오르게 되면 더욱 그렇다.

성공적인 공인의 바탕이 바로 배려와 겸손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매우 어렵다. 여기에 이 말의 무서움과 무거움이 있다. 임영웅은 이 의미를 알고 있는 스타로 보인다. 며칠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가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나이 드신 관객을 위해 공연장 밖에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돌출 무대를 준비하는 것부터 경기장 잔디 보호를 위해 중앙 스탠딩 좌석 전체를 포기했다. 심지어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안내원들이 직접 업어서 좌석까지 안내했다고 한다. 공연 상술이라고 치부해도 이런 상술이라면 당사자는 물론 보는 사람도 흐뭇해진다. 이처럼 배려와 관심이 임영웅을 더 돋보이게 한다.

김호중은 이 점에서 실패했다. 음주운전 자체도 잘못된 행동이기는 하지만 국민은 이보다 공인으로서 오만함에 더 실망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김호중이 보여준 여러 거짓말과 속임수, 증거 인멸 그리고 뻔뻔한 변명 등 온갖 부정직함이 국민의 역린을 건드렸다. 안하무인의 행위로 여긴 것이다. 중요한 순간,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이 한 스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번 일은 한 대중 가수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성공에 걸맞은 배려와 겸손을 갖추지 못하면 그 성공은 단지 한순간의 일로 끝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듯하지만 엄혹하고 촘촘한 세상사의 이치는 빈틈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오래도록 성공을 꿈꾸는 자라면 누구라도 두려워하고 또 두려워할 일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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